(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워싱턴발 정치 불확실성과 스페인에서 테러 발생, 뉴욕증시 하락, 혼재된 경제 지표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져 이틀째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7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6bp 내린 2.197%에서 거래됐다. 전일 4bp에 이은 이틀간 낙폭은 북한과 미국간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10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4bp 하락한 1.306%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전장보다 2.4bp 낮은 2.782%에서 거래됐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비례한다.

국채가는 신규 실업보험청구자수가 거의 40여 년래 최저치로 떨어진 영향으로 내렸다가 뉴욕증시 하락과 산업생산 지표 부진으로 반등했다.

전일 국채가는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발한 정치 불확실성으로 이틀간의 하락을 접고 반등했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최근 물가 상승률이 약한 모습을 보인 것에 주목하면서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이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의 기업경영인들에게 압력을 가하느니, 둘 다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를 촉발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사실상 두둔한 발언 탓에 자문단에 속한 CEO들이 줄줄이 탈퇴했기 때문이었다.

금리 전략가들은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고 있다며 뉴욕증시가 소매와 기술기업의 실적 실망으로 전반적으로 내린 데다 소위 공포지수인 'VIX'가 18%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제2 도시 바르셀로나 중심가에서 차량돌진 테러가 발생한 것도 뉴욕금융시장에 영향을 끼쳤다. 위험자산인 증시가 떨어지고, 금 가격이 올랐다.

최소 13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기 르바 전략가는 "주식이 계속 내리면서 금리 시장의 매수세를 만들었다"며 다만 여전히 국채시장의 거래는 엷고, 변동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제니퍼 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7월 산업생산 지표는 3분기 성장에 큰 파장을 주지 않지만,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를 냉각시키고 있다"며 "아직도 4개월이나 남았지만, 연준 위원들은 점점 물가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RBC 웰쓰매니지먼트의 크레이그 비숍 전략가는 "현재 시장은 경제지표 하나하나를 현재 경제 상태가 어떤지에 관한 국민투표 결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물가에 관한 부진함이 연준을 금리 인상에서 비켜 서 있게 할 것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 12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자수청구자 수가 40년여래 최저치 수준으로 감소해 고용시장 호조세가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 수가 1만2천 명 감소한 23만2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들 예상치 24만 명을 밑돈 수치이며 지난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실업보험 청구자수는 지난 1970년 이후 가장 긴 기간인 128주째 30만 명을 밑돌았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관할 지역의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지수가 확장세를 유지했지만, 전월보다 내렸다.

필라델피아연은에 따르면 8월 필라델피아연은 지수는 전월의 19.5에서 18.9로 내렸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16.0이었다.

필라델피아 연은 지수는 지난 2월 43.3으로 33년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제로(0)를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지난 7월 미국 산업생산이 6개월째 증가세를 보였지만 시장 예상에는 못 미치는 완만한 수준을 보였다.

연준은 7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2%(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0.3% 증가였다.

7월 산업생산은 전년대비 2.2% 늘었다.

연준 대변인은 부주의로 오전 9시 15분인 예정시간보다 먼저 수치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산업생산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7월 제조업생산은 0.1% 떨어졌다. 제조업생산은 지난 5개월간 3번 하락했다. 자동차 생산이 3.5% 감소한 것이 주원인이었다. 자동차를 제외한 제조업생산은 0.4% 증가했다.

7월 제조업생산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이는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수준으로 풀이됐다.

7월 광산부문 생산은 전월비 0.5% 늘었다. 4개월째 증가세다. 전년비 10.2% 증가했다. 7월 유틸리티는 전월비 1.6% 상승했다. 전년비 0.6% 감소했다.

7월 설비가동률은 전월대비 변화 없는 76.7%였다. 애널리스트들은 76.7%로 전망했다. 장기 평균은 79.9%다.

지난 7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0.3% 상승했다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했다.

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0.3% 상승이었다.

선행지수는 지난 6월에 0.1% 올랐다. 6월은 애초 0.6% 상승으로 발표된 것이 하향 수정됐다. 7월 동행지수는 0.3%, 후행지수도 0.1% 올랐다.

콘퍼런스보드의 아타만 오질디림 디렉터는 "선행지수의 상승은 하반기 성장이 더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주택 허가 지표의 부정적 기여와 6월 선행지수의 하향 조정은 금융 지표와 신규 수주 등의 호조로 상쇄됐다"고 설명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추가 하락에다 VIX 오름폭이 25%에 달하면서 추가 상승했다가 오름폭을 소폭 줄였다.

전략가들은 물가가 여전히 연준의 금리 인상 발목을 잡을 것인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성장정책 실행력이 계속 의심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펜 뮤추얼 자산운용의 마크 헤펜스톨 최고운용책임자는 "물가가 결국 언제 오를 것인가에 대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국채시장 거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좁은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WSJ 마켓 데이터그룹에 따르면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972년의 90일 기간 이후 가장 좁은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DA 데이비슨 앤코의 메리 앤 헐리 부대표는 "시장이 많이 움직일 것으로 보지 않지만,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은 안전자산 선호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관련된 정치 불확실성과 관련해 개리 콘 국가경제자문위원회(NEC) 위원장 사임 여부에 관심을 두기도 했다. 곧바로 백악관은 콘 위원장이 자리를 지킨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로버트 카플란 총재는 물가 상승이 나타나야 올해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 있다는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오는 25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설하기로 결정됐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