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앞으로 집을 사고 싶거나 여유 자금이 필요한 경찰 공무원은 KB국민은행에서 '무궁화 대출'을 찾아야 한다.

지난달 신한은행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향후 5년간 독점적으로 14만여 명에 달하는 경찰에게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사업권을 따낸 국민은행은 가장 먼저 '참수리'란 이름을 지웠다.

무궁화란 새로운 브랜드로 경찰 공무원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달부터 'KB 무궁화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상품 출시를 앞두고 국민은행의 고민은 컸다.

앞서 경찰 대출을 공급해 온 신한은행이 선보인 '참수리 대출'의 이미지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경찰의 심볼인 참수리를 넘어설 만한 이름을 고민하던 끝에 국민은행은 무궁화를 선택했다.

경찰청이 2005년 선정한 경찰 엠블렘은 참수리가 무궁화를 잡고 하늘 높이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엠블렘에서 무궁화는 국가와 국민을 상징한다.

경찰이 지키고자 하는 국가와 국민을 통해 더 넓은 의미의 경찰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게 국민은행 측의 설명이다.

경찰 대출 사업권은 신한과 KB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 상품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012년 신한은행 리테일 부문장 겸 영업추진그룹 부행장으로 있을 당시 처음으로 만들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과의 경쟁을 묻는 말에 'KB금융은 리테일이 강하지만 영업력 면에서는 신한이 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에 날아간 참수리 대출로 신한 내부에선 기관 영업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신한은행 일각에선 경찰 공무원 대출 사업권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크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대출과 함께 제공하는 복지카드로 인한 손실을 주목했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경찰 대출 사업권을 따냈을 경우 신한카드가 300억 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데 자회사에 그런 손실을 입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경찰 대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예전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대출 사업권의 향방을 가른 것은 국민은행 측이 제시한 카드 혜택이었다.

'KB 국민 KPN 복지카드'는 매월 30만 원 이상 사용할 경우 대중교통 요금과 이동통신요금을 10% 할인해준다. 휘트니스도 10% 청구 할인되며 주유소에서도 리터당 60~100원의 할인을 제공한다.

카드 사용액이 60만 원 이상이면 커피전문점과 3대 마트, 백화점, 편의점, 학원, 병원, 약국 등에서 10%의 할인이 추가로 제공된다.

국민은행이 무궁화 대출의 최저 금리를 1.89%로 제시했지만, 상징적인 의미일 뿐 차주의 신용등급 등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경찰은 2.5% 안팎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이는 신한은행이 제공했던 참수리 대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내부에선 여전히 경찰 대출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지켜야 했던 사업권과 뺏어야 했던 사업권을 두고 각자 다른 방식의 논란이 지속하는 모양새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일단은 기관 영업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사업권"이라며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신한과 KB의 경쟁이 치열한데다 은행권의 기관 영업 환경까지 어렵다보니 지나치게 민감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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