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 시행이 발표된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초 117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을 민간 투자자들에게 매도하기로 한 차이나유니콤의 계획이 법규 위반으로 중단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차이나유니콤은 혼합소유제 시행 발표 몇 시간 후 돌연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주식 매도를 중단시켰다.

회사는 17일 오전이 되어서야 이에 대한 설명을 내놓았는데, 기술적인 문제를 이유로 3 거래일 내에 수정된 혼합소유제 시행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유니콤은 '기술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기술적인 문제는 법규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증권 당국은 올해 2월 상장회사의 신규 주식은 회사의 기존 주식의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법규를 개정한 바 있다.

차이나유니콤이 발표한 혼합소유제에서는 40%에 달하는 신규 주식이 발행돼야 하는데, 이는 관련 법령 위반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관계자들은 차이나유니콤이 제안한 신규 주식 가격도 당국 법안의 규정에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규 주식 가격은 가장 최근 주식 거래 가격에 기초해야 하는데, 이에 비해 차이나유니콤이 책정한 가격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다.

WSJ는 차이나유니콤이 혼합소유제 안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증감회)와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국유기업 개혁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이번 사건이 커뮤니케이션 부재를 증명했다"고 말했다.

차이나유니콤에 혼합소유제에 관련된 혼란은 이외에도 있다.

당초 차이나유니콤이 발표한 14개의 투자자 목록에 포함돼 있던 중처(CRRC)가 당사는 차이나유니콤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에 차질이 생기자 소녕운상그룹, 왕쑤(網宿)과기(차이나넷센터) 등이 투자 계획을 철수했다.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 실무를 담당한 한 정책 담당자는 "발표 직후에 그 안을 철회하는 것은 다소 창피한 일"이라며 "혼합소유제에 들인 시간과 공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애널리스트는 "국유기업 개혁에 관해서 (중국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차이나유니콤의 혼합소유제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 자오핑 UOB-카이히언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결국은 증감회가 혼합소유제 시행을 위해 법규를 완화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혼합소유제를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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