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정부 관계자의 기준금리 참견 발언이 나오면서 3년전 8월과 같은 상황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금리가) 1.25%인 상황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언급하면서 금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3년전 8월, 최경환 "척하면 척"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014년 8월 금리인하 당시에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새 경제팀의 정책에 부응해서 금리를 내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 전 부총리가 취임한 지 한 달 밖에 되지 않던 시점이었고, 그 당시에도 금리인하를 앞두고 부총리와 이주열 한은 총재 회동이 있었다.

게다가 최 전 부총리는 "척하면 척"이라는 발언을 함으로써 경기 부양을 위한 41조원 규모의 거시정책 패키지를 지원하기 위해 한은이 금리인하로 공조해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로 인해 금리인하를 결정하기 한 달 전인 2014년 7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인하 시그널을 준 것은 모두 정부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정해방 전 금통위원은 2014년 7월 금통위에서 "경기 주체들의 심리 위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되므로 선제적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며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다른 위원 네 명도 경기 하방위험을 우려하며 인하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2014년 8월 금리인하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만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렵게 됐다.

◇2017년 8월 김현철 "금리 1.25% 문제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박근혜 전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바뀌었고, 청와대 고위인사들도 모두 새 사람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한은이 기준금리에 대한 스탠스를 바꾸려 할 때마다 등장하던 고위 정부인사의 발언은 바뀌지 않고 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압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춰버리는 바람에"라며 기준금리 인하를 전 정부의 폐단으로 일축했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저금리에서 촉발됐다는 비판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금리인하를 결정했던 경제여건과 통화정책의 역할, 한은 독립성 등을 모두 간과한 셈이다.

이 역시 한은이 올해초부터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경제 여건을 살피고 있는 상황에서 3년 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세가 확대되면 완화 정도 축소를 검토 가능하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인 2%대에 기조적으로 근접한다면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런 한은 금통위의 금리인상을 위한 행보와 시그널은 또 다시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에 묻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이주열 총재와 긴급 회동을 갖고 "금리 문제는 금융통화위원회 고유 권한"이라며 "정부 당국자가 금리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일형 금통위원도 지난 17일 '2017년 통화정책경시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리 수준은 금통위 당일과 전일까지의 정보에 근거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라며 한은 금통위 고유의 권한임을 못박았다.

그런데도 한은이 금리인상을 향한 경로를 가는 와중에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 나온 이상 '정부의 금리조정 압박' '한은은 정부의 남대문 출장소' 등의 오명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한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바뀌어도 고위 공직자의 생각은 아직도 한은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보는 과거에 머물러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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