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북한의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와 괌 포위사격 위협 이후 북ㆍ미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이에 맞춰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였지만 정작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과 관련해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

금융은 우리 일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대중 변수인 데도 일부 특정인들만 거론하는 전문 분야로 인식돼 있다. 심지어 경제 관료 조직 내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남아 있다. 일선 정치 현장에서 20년, 30년을 부대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금융에 대해선 모를 가능성이 크다. 딱히 대통령이 깊숙이 알 필요도 없다.

그러나 대통령을 보좌하는 경제 참모들이 금융에 무지(無知)하거나 아니면 국제금융 감각이 떨어져 이번 북한 리스크를 맞아 벌어질 수 있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혼란 가능성과 실물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대통령에게 경고하지 않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한민국 경제는 스몰 오픈 이코노미(소규모 개방경제)이고, 결국 국제금융시장 변동에 따라 우리 환율이나 자금 변동(이동)이 크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정부가 금융정책을 펴기엔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 원화가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이상 이러한 현상은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거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원화의 위상은 한계가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금융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이는 심각하다 할 수 있다. 대통령의 관심 사안만 챙겨도 버거운 경제 부처 관료들이 대통령 관심 사안도 아닌 금융을 선순위 정책으로 고려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은 우리 경제의 혈류이고,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는 점은 두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세기 이후 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라고도 불린다.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선 웬만하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국방이나 교육, 복지부터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라도 넉넉한 재정, 즉 돈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다. 사회적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힘도 돈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금융자본주의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북한에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 또한 돈줄을 죄기 위해서다.

국제사회는 강력한 경제제재를 통해 돈줄을 마르게 할 수 있다면 더는 북한이 미사일과 핵을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 믿고 있다. 이는 평화까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현시대(자본주의) 사는 많은 사람이 인간의 존엄성 다음으로 돈을 중요한 가치로 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청와대에 무관심 속에서도 다행인 것은 최근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중앙은행) 총재가 만나 북한 리스크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경계하고,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는 점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국제금융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리스크에 대비한 시장 대응 전략에 능통한 금융 관료다.

청와대가 정부와 중앙은행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 조직에 좀 더 정책의 자율성을 부여한다면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던 금융 분야에서의 저력이 이번 정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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