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지난달 달러-원 환율 하락에 이월됐던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이번 달 북한 리스크로 환율이 오를 때 유입되며 달러화 강세를 제한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의 '2017년 7월 말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업 달러화 예금은 전월 말 대비 43억1천만 달러 증가한 485억1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달러-원 환율은 1,150원대에서 1,110원대로 하락했는데,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환율 하락기에 환전하면 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전을 미뤘고, 이 영향으로 달러화 예금이 늘어났다.

다만 이번 달 들어 북한 리스크에 달러화가 급등하면서 수출업체들의 대응은 달라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수출업체들이 환 손실을 피하고자 환전을 미룬 만큼, 달러화가 고점을 높일 때 이월 네고 물량이 꾸준히 나왔을 것으로 봤다.

A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환전을 미루면서 달러화 예금을 많이 보유하게 된 수출업체는 북한 리스크로 달러화가 상승했을 때 기쁜 마음으로 매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 리스크로 달러화가 급등하면서 1,150원선 부근까지 오르자 고점 인식에 네고 물량이 다수 나왔고, 달러화는 레벨을 1,140원대 초·중반으로 낮추기도 했다.

B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달러화가 1,140원대 중반까지만 올라도 매도하려는 수출업체들이 많았다"며 "네고 물량이 충분히 나오며 달러화의 추가 상승을 저지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에도 북한 리스크가 다시 고조될 때마다 이월 네고 물량이 꾸준히 유입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C시중은행의 외환딜러도 "최근에는 월말이나 반기 말이 아니더라도 이월된 네고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게 트렌드"라며 "달러화가 박스권 상단에 도달할 때마다 네고 물량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 주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예정돼 있는 등 북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이월 네고 물량이 나오는 이유로는 시장 민감도 약화를 꼽았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 커지기보다는 완화와 심화를 반복하다 보니 시장이 둔감해진다는 분석이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가 계속 확산하고 자금이탈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리스크가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마다 이월된 네고 물량이 나와 달러화 강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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