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회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잠식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빅3 생보사가 과거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해 2021년 IFRS17이 도입되는 시점에 금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게 이런 관측의 근거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전체 계약자 적립금 대비 4% 이상 고금리 적립금 비중은 42.6%에 달한다.

이는 생보업계 평균치인 37.6%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업계 평균치에 빅3 생보사의 데이터가 포함된 점을 고려하면 개별 대형 생보사의 고금리 적립금 비중과 업계 평균치와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보험사들은 그간 원가 기준으로 책임준비금(보험부채)을 적립하고 적절성을 평가했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시가 기준으로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보험계약 시점인 과거에 약속한 이율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쌓는 '원가 기준 책임준비금'이 현재 시점의 금리로 계산해 쌓는 '시가 기준 책임준비금'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상당한 규모로 책임준비금을 더 쌓아야 해 자본확충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 판매 비중이 큰 대형 생보사들은 시중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금리 역마진 분을 대거 인식해야 해서 부담이 더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산엔 변화가 없는데 부채가 커지면 자본을 갉아먹게 된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시중 금리가 작년 6~7월과 같이 낮은 상황이 되면 자본 규모가 작은 보험사나 자본 규모는 커도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 판매 비중이 큰 곳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새 회계기준 시행에 대비하다 지급여력비율(RBC)이 10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재무건전성 확보 협약을 체결하고 부채 추가적립을 1년간 면제해주기로 했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곳이 나올 수 있다"며 "상장사의 경우 평판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일 2.011%와 2.320%를 나타냈던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작년 7월 말에는 1.217%와 1.357%까지 하락했다.

업계에선 그러나 IFRS17 도입과 관련해 아직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최저 금리에 극한값을 주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보험사 전체 부채가 많이 늘어나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단계적이고 시스템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데 아직 새 회계기준과 관련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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