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글로벌 채권시장의 거품론에 대한 반박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채권시장의 거품 붕괴를 경고하고 나섰지만, 그가 10여년 전 빠졌던 수수께끼를 다시 간과하고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18일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으로 돌아설 때마다 보였던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 경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2004년부터 국제금융시장을 뒤덮었던 '그린스펀의 수수께끼(Greenspan’s conundrum)'라는 용어를 다시 상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그린스펀 전 의장은 인터뷰를 통해 "주가가 아닌 채권시장에서 거품을 경험하는 중"이라며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상당히 빨리 움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아무리 따져봐도 실질 장기금리는 너무 낮은 수준이고, 유지되기 어렵다"며 "진짜 문제는 채권 거품이 무너지고 장기금리가 오를 때"라고 덧붙였다.

연준을 비롯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전환이 임박한 데 따라 채권 시장의 거품 붕괴론에 더욱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연준이 긴축에 들어갈 때마다 단기물과 달리 장기물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거나 상승폭이 크게 제한됐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앨리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의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더글러스 피블스는 "실제로 과거 네 번의 연준 긴축 주기 중에 세 번 동안 10년 국채금리가 2년 금리를 밑도는 커브 역전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결국 경기 회복을 둔화하며 장기금리를 끌어내렸다는 게 피블스 CIO의 설명이다.

그는 "결국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 금리는 떨어지고, 이를 통해 다시 경기는 회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스펀이 연준 의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2004년 6월부터 연준은 통화 긴축에 들어갔지만, 실제 미국 국채 10년 금리는 큰 폭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연준이 이후 2006년 3월까지 기준금리를 375bp 올리는 동안 국채 10년물 금리는 23bp가 오르는 데 그쳤다.

당시에는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높은 보유 비중도 통화정책의 효력을 제약한 주요 배경이었다.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통해 장기 구간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조절하려던 시도는 실패했고, 시장에서는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는 용어가 확산했었다.

피블스 CIO는 "통화 긴축기에 국채는 크레디트물보다 나은 수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크레디트 노출도를 다변화하기 위해 국채시장에 더욱 눈길을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채권 투자의 황금기는 끝났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채권은 자산 배분 테이블에 항상 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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