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타파…외부 전문가 적극 영입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연이어 비(非) 은행 출신의 인사를 그룹 내 핵심 보직에 발탁해 눈길을 끌고 있다.

능력 있는 전문가라면 안팎을 가리지 않고 기회를 주는 파격 인사로 신한금융 내 자리 잡은 '순혈주의' 문화를 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신한금융은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연내 설립될 리츠 AMC를 이끌 수장으로 남궁훈 신한금융투자 본부장을 내정했다.

남 내정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다 2001년 신한금융투자에 합류해 WM 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다.

법률과 부동산, 자본시장에 특화된 지식과 경험을 갖췄다는 점이 이번 발탁 인사의 배경이 됐다.

통상 신한금융의 자회사 사장은 은행 출신 인사가 이동해왔다. 신한생명과 신한금융투자 등 주요 자회사 수장으로 은행 부행장이나 지주 부사장급이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투 출신의 본부장이 자회사 수장으로 발탁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정통 '신한 맨'이 아닌 외부 출신 전문가가 자회사 사장으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파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신한금융 내부에서 인사 정책의 변화가 감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회장은 최근에도 김희송 전 신한생명 본부장을 신한 프라이빗에쿼티(PE) 사장으로 선임했다.

1993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김 사장은 2003년 신한생명으로 이동해 종합금융팀장과 IB 부장, 여신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11월에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에 선임됐다.

조 회장은 통상 2년의 임기가 주어지는 자회사 CRO를 9개월 만에 다른 자회사 사장으로 발탁했다.

그룹 내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7월 GIB 그룹을 신설한 만큼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다양한 투자처를 발굴하고 운용해야 하는 신한 PE의 역할이 중요해진 데 따른 결정이었다.

CEO급뿐만 아니라 그룹 내에서 실무를 담당할 외부 전문가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조 회장은 취임 직후 그룹 내 디지털 금융 정책을 추진할 전문가로 조영서 전 베인앤드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초기 모델을 설계한 그는 행정고시 37회로 컨설팅회사 맥킨지앤컴퍼니를 거치기도 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도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합류했다.

현재 신한금융은 지주는 물론 개별 자회사 차원에서 상시 채용을 통한 외부 전문가 수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룹의 자산운용을 총괄하기 위해 내달 출범하는 CIO(최고운용책임자) 협의회에도 내년께 자본시장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다.

그간 순혈주의를 내세워 내부 인재 육성에만 치중했던 것과 달리 외부 인재를 통해 더 큰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게 조 회장이 추구하는 인사 정책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출중한 능력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인재라면, 그룹 내외를 가리지 않고 등용할 것"이라며 "자회사 단위까지 확산해 달라진 조직의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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