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카카오가 올해 들어 주요 사업 부문을 잇달아 자회사로 떼어내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하면 수십개로 늘어난 자회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최근 포털 기업을 향하고 있는 정부의 규제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이점이 많다는 분석에서다.

18일 카카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이 회사의 연결대상 종속기업은 67개에 달한다.

올해 들어 11개의 종속기업이 새롭게 연결 대상 기업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카카오가 기존 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규 설립한 자회사들이다.

카카오는 지난 2015년 캐릭터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프렌즈 분사를 시작으로 카카오브레인(인공지능), 카카오메이커스(공동 주문생산), 카카오페이(간편결제), 카카오모빌리티(교통 O2O) 등을 자회사로 떼어냈다.

지난해 9월에는 웹툰·웹소설 사업부인 다음웹툰을 분사해 콘텐츠 사업 자회사인 포도트리에 CIC(사내독립기업) 형태로 흡수시키기도 했다.

그간 업계의 관심이 쏠렸던 게임 사업 재편에 대한 청사진도 나왔다.

카카오는 지난 17일 게임 사업 부문을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의 지분 41.8%를 보유한 중간 지주사 카카오게임즈홀딩스를 흡수합병한다.

회사의 대표적인 캐시카우인 게임 사업마저 자회사로 넘어가면서 이제 본사에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등 일부 사업만 남게 됐다.

카카오가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쏟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별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성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사업부 분할은 외부 투자 유치에 있어서도 유리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실제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모빌리티는 분사와 동시에 각각 2천300억원, 5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의 강한 부인에도 이런 몸집 줄이기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가 70개 가까이 늘어난 자회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배구조보다 지주사 체제가 경제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자회사의 기업가치를 더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이 지주사 알파벳과 여러 개의 사업 자회사로 지배구조를 개편해 시너지를 내는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카카오가 다음 달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주사 전환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포털기업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지주사 전환은 새로운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복안으로 거론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IT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설은 예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이슈"라며 "기업가치 향상이란 측면에서 충분히 추진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