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요구를 받아들여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낸 금호타이어 인수가를 8천억원으로 대폭 깎아준다.

1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인수가에서 16.2% 할인해달라는 요구를 잠정 수용했다.

더블스타와 채권단이 체결한 진술과 보증의 최대 범위다. 진술과 보증은 실적, 세금, 노동,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매도자가 매수자에 보전해주는 항목이다.

채권단은 내주 초 채권단 회의를 개최하고 이러한 안건을 가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인수가는 기존 9천550억원에서 8천억원으로 대폭 낮아지게 된다. 할인 규모는 1천550억원에 달한다.

다행히 광주고등법원이 이날 금호타이어 직원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임금 관련 우발채무는 덜게 됐다.

적자를 보전해달라는 더블스타의 요구는 계약서에 따른 당연한 권리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급감하면 진술과 보증에 따라 가격 할인을 요구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5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둔 이익 558억원에서 1천억원 수준이 빠졌다. 미국과 중국 등에서 부진한 탓이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몸값이 8천억원으로 내려가도 박 회장이 부담하기에는 큰 액수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가격 조정에 따라 부활하는 우선매수청구권도 행사하기에는 쉽지 않으리라고 진단한 것이다. 우선매수권은 우선협상자가 제시한 가격대로 먼저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과거 자기자본을 절반(지분투자 기준) 정도 들여 금호산업을 인수한 시점과 확연히 다르다는 게 더블스타의 구상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도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활용하더라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적 상황이 우수하지 않은 만큼 자금 유치에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9천550억원이든 8천억원이든 여전히 박 회장이 부담하기에는 상당히 액수"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 산업통상자원부에 매매승인을 신청한 것을 보면 더블스타의 인수 의지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재계 인맥이 상당한 만큼 더블스타의 판단이 '안이하다'는 평가도 한다.

대형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는 "인수 의지가 강했다면 굳이 가격 조정을 요구해 박 회장에게 시간을 더 줄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 계약서 수정으로 박 회장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다시 물어야 하는 만큼 매각기한도 연말까지 미룰 예정이다. 당초 더블스타와 매각기한은 다음 달 23일까지였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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