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 정치 불안 속에 경제 지표 호조로 혼조세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8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1bp 내린 2.196%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오른 1.314%에서 움직였다. 한 주간 2bp 상승했다. 지난 6주 내 가장 큰 주간 오름폭이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전장보다 0.3bp 낮은 2.779%에서 거래됐다. 이번 주 1.1bp 내렸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비례한다.

국채가는 트럼프발 정치 불확실성에다 전일 스페인 테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해 상승 출발했다.

전일 국채가는 워싱턴발 정치 불확실성과 스페인에서 테러 발생, 뉴욕증시 하락, 혼재된 경제 지표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져 이틀째 올랐다.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의 기업경영인들에게 압력을 가하느니, 둘 다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를 촉발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사실상 두둔한 발언 탓에 자문단에 속한 CEO들이 줄줄이 탈퇴했기 때문이었다.

금리 전략가들은 간밤에도 안전 선호가 강했다며 이날 시장의 관심을 분산할 경제 지표 발표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략가들은 기업 실적 발표 부진이 증시에 부정적인 것은 채권시장에 긍정적이라며 이번 주 발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물가를 두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의견이 분분한 것도 올해 금리 인상 기대에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MUFG 증권의 존 허먼 전략가는 거래자들은 미국의 정치 상태에 대한 고민, 해외 테러에 대한 걱정,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로 채권을 매수했다고 설명했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칼 아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의회의 핵심 선수들이 트럼프 정부에게서 멀어지면서 금융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개편과 인프라 투자 등의 친 성장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을 낮춰보고 있다"고 말했다.

8월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자, 국채가 오름폭이 줄기 시작했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8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전월 93.4에서 97.6으로 높아졌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94.5를 예상했다.

8월 기대지수는 전달 80.5에서 89.0으로 높아졌다.

8월 현재 여건 지수는 전달 113.4에서 111.0으로 내렸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달의 2.6%가 유지됐다.

5-10년 동안 기대 인플레율은 전달 2.6%에서 2.5%로 낮아졌다.

미시간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커틴은 "기대지수의 상승은 전체 경제와 개인 금융 상황에 대한 전망이 개선됐기 때문이다"며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샬러츠빌 상황에 관한 설문 조사가 매우 적었다"고 설명했다.

커틴은 "샬러츠빌의 후폭풍이 트럼프 정책에 대한 기대를 낮춰 경제에 대한 기대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냇웨스트 마켓츠의 미쉘 지라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이 지수의 개선은 전적으로 전망과 개인 금융 상황의 개선 덕분이라며 지난 3개월간 이 설문에서 절반 정도의 소비자는 2000년 이후 가장 금융사정이 좋다고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지라드는 다만 설문 응답자들의 임의 소비재 구매에 대한 시각에 미묘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특히 소비자들은 일자리와 소득에 기반을 둔 새로운 자신감에 기대 소비 결정을 내리면서 덜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이코노미스트는 "실업보험청구자가 하향 추세를 보이는 데다 휘발유 가격도 내리고,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에서 소폭밖에 안 내렸다"며 "소비 심리는 앞으로 몇 달간 부양압력을 받는다"고 말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경질하기로 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알려지면서 뉴욕증시가 반등하자 반락했다. 이후 뉴욕증시가 반락하자 국채가도 낙폭을 줄이면서 마쳤다.

미 극우성향 매체 '브레이트바트' 설립자 출신인 배넌은 지난해 트럼프 대선캠프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배넌의 퇴출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 정부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배넌이 친성장정책을 추진하는 정통 관료들과 충돌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그의 퇴출이 경제와 시장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애론 콜리 전략가는 "배넌은 중국과 대결을 선호했고, 경제적으로는 미국 우선주의자였다"며 "그를 교체하는 것은 아마도 무역상대국과 충돌이 적어지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금리 전략가들은 잭슨홀 심포지엄을 주목하면서 달러 약세에다 경기 낙관론 확대로 연준의 긴축 여건이 더 좋아졌다는 진단도 내놨다.

다음 주 24~26일간 열리는 연준의 연례 회의인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연설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수출 증가로 국내총생산(GDP)이 개선되고, 달러화 약세로 근원 물가가 상승할 것을 기대한다며 또 금융시장 상황이 충분히 긴축되지 않았으므로 추가 통화 긴축 조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경제예측모델 'GDP 나우'를 통해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8%일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 연은의 '나우 캐스트'는 3분기 GDP를 2.09%로 예상했다.

또 민간 예측기관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는 2분기 GDP 예상치를 기존 2.6%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체이스는 2.6%에서 2.9%로 높였다.

미 상무부는 이달 후반에 2분기 GDP 잠정치를 내놓는다. 앞서 발표된 2분기 GDP 속보치는 2.6%였다.

이날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40% 반영했다. 전일에는 42%, 한 달 전에는 54%였다.

BNP 파리바는 채권 공급이 제한적이지만 채권 가격은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기대 조정 때문에 물가 상승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9월 초에 점진적인 국채가 약세 전망이 복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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