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임원들에게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의 이용 자제를 당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다가오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최근 포시즌스호텔 이용 규모가 컸던 일부 임원들에게 이용을 연말까지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율이 높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임원들이 주요 대상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박현주 회장과 부인, 세 자녀 등 일가가 92%에 가까운 지분을 소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사모펀드(PEF)를 통해 소유한 포시즌스호텔 운영을 맡고 있다.

호텔 운영을 맡으며 미래에셋컨설팅의 내부거래는 공정위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늘었다. 2013년 13억원에 불과했던 미래에셋컨설팅의 내부거래는 지난해 132억원까지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의 12.4% 규모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오너 일가 지분이 일정비율(상장사 30%·비상장사 20%)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이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고 있다. 특히 내부거래 총액이 200억원 이상을 기록하거나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일 때 규제대상이 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이 이에 해당한다.

공정위 규제 수준으로 내부거래가 늘자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7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소유한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CC)의 운영권을 자회사인 와이케이디벨롭먼트로 넘겼다. 공정거래법이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들고 있는 경우만 일감 몰아주기를 적용하는 맹점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와이케이디벨롭먼트는 미래에셋컨설팅의 지분이 67%다. 미래에셋컨설팅과 달리 박 회장 일가가 간접적으로 지분을 소유하는 형태인 셈이다.

포시즌스호텔 이용을 자제하라고 당부한 것 역시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시즌스호텔은 미래에셋캐피탈이 영업권을 가지고 있어서 미래에셋 임원들이 이용할 경우 내부거래로 잡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에 대상에 해당할 전망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 금융그룹이 부당한 내부거래로 오너나 오너가 소유한 회사를 지원하는 것이 금지된다. 통합감독 대상인 금융그룹을 선정하는 기준은 두 가지다.

첫 번째 기준은 ▲그룹 내 금융자산 5조 원 이상 ▲그룹 내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 등 두 가지 조건에 동시에 해당되는 그룹이다. 두 번째는 ▲금융업권별 자산 및 자기자본 비중이 10%를 넘는 금융회사를 2곳 이상 소유하는 경우까지 충족하는 경우다.

미래에셋은 두 기준 모두에 해당돼 첫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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