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변동성이 클 때는 포지션 규모를 줄이고 레인지 장세에서 차곡차곡 수익을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5년간의 딜링룸 경력만큼 박창근 우리은행 차장의 트레이딩 원칙은 확고했고 자신감도 넘쳤다. 실제 트레이딩 성과도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박창근 차장은 21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투표 당시 달러-엔 환율의 급변동을 보고 보수적 포지션 운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잃지 않는 것도 좋은 딜"이라고 강조했다.









달러-원 스팟과 FX(외환) 스와프를 거쳐 이종통화를 담당하게 된 박 차장은 주요 통화뿐 아니라 러시아 루블, 멕시코 페소 등 이머징 통화도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

이종통화를 거래할 때 상대적으로 수급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개별통화 관련 경제지표나 이슈 등을 자세히 파악해 적절한 포지션 방향을 설정한다.

기술적 분석도 중요시해 차트의 움직임에 늘 "왜?"라는 의구심을 갖고 파악하려 노력한다.

최근 이종통화 시장 내 알고리즘을 통한 딜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도 그가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이다.

그는 딜러로서 욱하는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손실이 날 때는 과감하게 손절매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수익을 지켜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반기 주목하는 이슈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축소와 유럽중앙은행(ECB)의 테이퍼링 발표를 꼽았다.

두 가지 모두 하반기 중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글로벌 달러 흐름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박창근 차장은 2004년 2월 우리은행에 입행한 후 2012년 자금시장전문인력 양성과정인 FMM(Financial Market Masters)를 거쳐 2012년 12월부터 외환딜링팀에 합류했다. 이종통화는 지난 1월부터 커버딜러로서 담당하고 있다.

다음은 박창근 차장과의 일문일답.

--우리은행 딜링룸의 강점은

▲국내 주채무계열 대기업, 중소기업, 각종 공공기관 등의 외환 및 파생상품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른 시중은행들이 합병, 인사이동, 정책 변경 등에 점유율이 들쑥날쑥할 때 꾸준하게 점유율 상위권을 유지하며 국내 외환시장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이 좋은 평판으로 연결됐다고 생각한다. 우리은행 외환딜링팀은 달러-원, 이종통화(위안-원 포함), FX스왑 총 3개의 데스크로 운영되고 있는데 달러-원, 위안-원 데스크는 서울환시 참가은행 중 가장 활발한 거래를 자랑한다. FX스왑 또한 다양한 차익거래 기회를 탐색해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달러 흐름에 연동되는데, 이유는

▲역내 수급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어들어 초점이 글로벌 달러 흐름에 맞춰진 것 같다. 과거에는 선박, 플랜트 등 대규모 수주에 따른 네고 물량이 역내에서 처리되며 다른 통화 대비 원화 강세를 이끌었지만, 대규모 수주가 둔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예전만큼 환율에 변동성을 주지 않는 것 같다. 하반기에도 이미 주가지수가 급등한 만큼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둔화하며 원화가 타 통화 대비 두드러지게 강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달러 흐름 전망은

▲일방적인 달러 약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ECB의 테이퍼링 전망에 유로화가 강세를 보여 상대적으로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낼 수 있으나 미 연준의 9월 자산축소와 연말 기준금리 인상 이슈가 남아 있어 하단이 지지될 것으로 본다. 특히 연준의 9월 자산축소는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만약 시장이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면 미국의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종통화 거래의 특징은

▲달러-원 스팟 거래에 비해 수급 상황을 알기 힘들고 알더라도 별 영향력이 없다. 글로벌 통화들은 그 날의 경제지표나 이슈들에 의해 이론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달러-원 거래에서는 시장 참가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거래가 많은 기관이 열 군데 안팎이라서 거래 동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이종통화 거래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다. 최근에는 온갖 데이터를 입력해 모델링 하는 알고리즘 형태의 딜도 많아서 예측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거래를 할 때 기술적 분석에 신경을 많이 쓰고 경제지표나 이슈들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하반기 주목하는 통화는

▲유로화를 가장 주목하고 있다. 유로존 내 극우세력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의 재정문제 우려도 완화됐다. 현재 경제회복으로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도 예상돼 유로화가 하반기에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스위스 프랑도 눈여겨보고 있다. 스위스 프랑은 유로화와는 반대로 지속적인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유로존 내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됐고 스위스 외환 당국도 스위스 프랑 가치의 절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하반기 약세 가능성을 크게 본다. 또, 유로존 금리 상승 및 유로화 강세 전망에 유로화 대신 스위스 프랑을 통한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도 스위스 프랑 약세 근거가 된다.

by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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