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순둥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경제를 대하는 태도와 대응만큼은 유연하고 탄력적이었다. 외유내강의 리더십을 갖춘 매우 훌륭한 부총리로 기억될 것이다"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이임식을 갖고 떠났다. 작년 1월 13일 취임식을 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유 전 부총리는 떠나 보내는 기재부 직원들의 마음은 짠하다. 부총리라는 무거운 짐을 지면서 어려운 경제 난관을 헤쳐왔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고 티 한번 내지 않았던 그였기에 더욱 그렇다.

수출과 내수는 고꾸라지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은 커졌고,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이라는 대형 구조조정 악재와 맞닥뜨리면서 위기는 커갔다. 경제의 암초가 된 가계부채 문제는 늘 골치거리였다.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해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현실화하면서 대외적인 상황도 녹록하지 않았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의 강경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해야 했고, 북한의 핵 위협은 일상화가 되면서 경제와 금융시장에 늘 불안 요인이 됐다.

무엇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유일호 부총리는 말그대로 우리 경제의 사령탑이자 콘트롤타워 역할이라는 무거운 짐을 더 지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에는 국무총리 대행까지 맡아 새 정부의 일부 장관에 대한 인사제청까지 해야 했다.

유 전 부총리가 재직한 17개월은 그에게 결코 쉽지 않은 순간의 연속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기재부를 떠나는 그에게 던져진 성적표는 결코 나쁘지 않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6%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8%로 선방했다. 올해 1분기는 1.1%를 기록하면서 서프라이즈 수준이었다.

수출은 되살아나면서 경기 회복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투자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고용 부진도 다소나마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청년실업률이 최악 수준이고, 대내외 경기 상황의 불안정성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유일호 전 부총리에 대한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유 전 부총리는 이날 이임사에서 "세계 경제 회복세 속에서 우리 경제에도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해서 다행"이라며 "경륜과 소신을 겸비한 김동연 부총리께 바통을 넘기게 돼 한결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3%대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고, 내수를 활성화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는 "청년실업, 고용시장 양극화 등 일자리 문제와 4차 산업혁명 대비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도전이자 과제"라며 "구조개혁 등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많은 숙제를 미완의 상태로 남기고 떠나는 것도 마음의 빚"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몸은 기재부를 떠나지만 마음은 한국경제를 응원하겠다"며 "열정의 온도가 남다른 기재부가 자랑스럽고,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dd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