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일주일만인 지난 5월 17일 '재벌 재혁의 아이콘'으로 통하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전격 발탁했다. 새 정부 들어 첫 번째 부처 수장으로 공정거래위원장을 앉히며 향후 고강도 재벌 개혁과 달라진 공정위의 위상을 예고했다.

당시 청와대도 당시 공정위원장의 인선을 두고 "장관급 인사 중에서 첫 번째 발표의 의미는 불공정한 시장체제로는 경제위기극복이 어려우며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히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공정위와 함께 위상을 격상한 중소기업벤처부(이하 중기부)는 21일 현재 수장이 공석이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나고 중기부가 공식 출범한 지 1개월이 가까워졌음에도 장관 내정마저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청와대가 중소기업이나 벤처 분야에서 실무를 경험한 기업인을 장관 후보로 물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 중기부 수장의 오랜 공석으로 업무를 책임지는 실·국장 인사를 포함한 조직 구성도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오는 22일부터 이뤄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번째 업무보고에서도 중기부는 제외됐다. 내달 별도로 진행된다는 막연한 계획만 결정됐다.

사실 중기부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을 기존의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큰 그림과 맞닿아 있다. 중소벤처기업을 보다 체계적이고 강력하게 지원하기 위한 정부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취지에서 기존 중소기업청이 부로 격상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꼽은 100대 국정과제 중에서 '더불어 발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혁신을 응원하는 창업국가 조성', '중소기업의 튼튼한 성장환경 구축' 등의 주요 국정과제를 총괄해야 하는 처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공정위와 중기부의 역할을 유독 강조했다"며 "그러나 규제 중심의 공정위의 역할이 막강해진 것과 달리 중소기업과 관련된 각종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중기부는 개점휴업 상태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도 못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새 정부가 출범 당시 목소리를 높였던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 추진이나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같은 핵심전략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벌써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향후 예산시즌이나 국정감사에서 중기부가 조직을 정비하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와 창업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독립된 부처로 격상된 것은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조직 구성이나 업무 추진도 쉽지 않다. 예산시즌이 코앞인데, 이런 속도로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예산집행 강화라는 기본적인 목적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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