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보이며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부터 금융 안정까지 챙기면서 경제ㆍ금융 당국의 수장 역학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6일 김 부총리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오찬을 가진 자리에서 "할 일은 하는 정부가 되기 위해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세출 구조조정과 재정 건전성 유지 등 과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나타내기 위한 말이었으나 최근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융 안정까지 기재부의 넓은 보폭을 나타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김 부총리는 최근 북한과 금융시장 영향에 대해 이 달 들어 총 다섯 번에 걸쳐 언급했다. 북한 관련 이슈에 시나리오별로 적기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은 이달 초부터 밝혀왔다.

지난 2일 경제현안간담회까지만 해도 '8월 위기설'이 회자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약하다고 보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고 언급하기도 했으나 "정부는 여러 가지 국제정세의 변화와 북한의 추가 도발 등 여러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이 있던 지난 8일(현지시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하자 '아주 단호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의지를 수차례 내보였다.

지난 16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두 번째로 만난 자리에서도 김 부총리는 북한 리스크 관련 논의가 너무 늦은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북한 리스크가 불거지자마자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번 오찬은 기재부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만남으로 지난 6월 13일 첫 만남 이후 두달 만이다. 지난 6월 취임 직후 한국은행을 찾은 쪽도 김 부총리였다.

오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주열 총재는 같은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을 밝히기 꺼리는 모습이었으나 김 부총리는 이 총재 말에 첨언까지 하며 의욕적으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예산실장 출신의 재정 전문가 김 부총리가 경제 수장으로서 금융 관료 출신 못지않은 민감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8일에는 주요 외국계은행 및 자산운용사 대표와 IB(투자은행) 이코노미스트 등도 직접 만나 국제금융시장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을 전해 듣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의 딜링룸 부장은 "최근 김 부총리가 목소리를 많이 내면서 시장 안정에 대한 신호를 내고 있다"며 "반면 이주열 총재 입장에선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에서 정부의 의중을 살펴야 하는 입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과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상쇄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대륙 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와 괌 포위사격 위협 이후 북ㆍ미에 강대강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였으나 이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확인하기 어려웠다.

한 시장 참가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한 이후 정부에서도 좀 더 예의주시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며 "상황이 엄중해지면서 김 부총리도 경제 수장으로서 여러 차례 시장 안정 의지를 전달하려 노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금융위원장이나 한은 총재는 이번 북한 리스크 발생 후 금융시장 안정과 관련한 시장 메시지를 내보는 데 있어 소극적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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