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시중은행들이 '금리장사'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도 대출 가산금리 조정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소폭 내리기도 했지만 일부는 오히려 올린 곳도 있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리은행의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평균 가산금리는 1.55%로 전월대비 0.08%포인트(p), 1년 전(1.24%)보다는 0.31%p 상승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평균 가산금리를 전월보다 0.04%p 올렸다.

KEB하나은행의 마이너스통장대출 가산금리는 한 달 전보다 0.03%p 상승했고, IBK기업은행도 가산금리를 5월 2.09%에서 6월 2.39%, 7월 2.53%로 꾸준히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일반신용대출 가산금리를 2.45%에서 2.71%로 한 달 사이 0.26%p 인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마이너스통장 가산금리를 2.14%로 두 달 전보다 0.32%p 올렸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산금리 조정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의 7월 주택담보대출 평균 가산금리는 1.37%로 전월대비 0.08%p,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도 한 달 전보다 각각 0.05%p와 0.03%p 인하하는 데 그쳤다.

NH농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가산금리는 2.20%로 전월과 같았고, BNK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0.1%p 안팎으로 조정하는데 불과했다.

통상 대출금리는 시장원가를 반영한 코픽스 등 기준금리에 은행이 자율 결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진다.

그동안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명확한 근거 없이 조정해 수익을 늘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과 부동산금융 등의 영업에만 치중하면서 과거 소매금융에 주력하던 국민은행처럼 돼 가고 있다"며 "쉬운 영업에 안주하는 경향이 심화됐다"고 질타했다.

가계부채가 1천400조 원을 돌파하며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손쉬운 이자놀이에만 안주해온 시중은행들의 영업 관행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전에도 이러한 은행들의 보신주의적 여신 관행 개선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 왔지만, 은행들의 영업 행태는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6월부터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올리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역시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말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은행의 불투명한 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은행연합회는 은행들이 가산금리 주요 항목인 목표이익률을 올릴 때 담당 임원 3~4명이 참여하는 내부 심사위원회의 의결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등 모범규준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은행 내부 규제로 한정되면서 별다른 실효성을 보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금리 심사위원회가 내부 관계자들로만 구성되다 보니 절차상으로 복잡해지긴 했지만, 가산금리 인상 자체를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경우 모범규준 시행 이전 가산금리를 미리 올려놓기도 했다"며 "가산금리는 은행의 대출영업 전략인데 모범규준이 있다 해서 갑자기 낮추거나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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