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신흥시장 증시와 채권시장에 수개월째 투자금을 부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주 신규 자금 투입을 중단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투자자들은 21주 연속 신흥시장 증시에, 신흥시장 채권 펀드에는 28주째 투자했으나 지난주에 투자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에 따르면 지난 16일로 끝난 주 신흥시장 주식펀드에서 16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올해 최대 규모이자 지난 3월 중순 이후 첫 순 유출이다.

또 지난주 신흥시장 채권 펀드에서는 2013년 이후 최장기간 자금 유입을 끊으며 23억 달러가 빠져나왔다. 거의 6개월래 가장 많은 규모다.

이는 우선 미국과 북한 사이에 핵 위협이 고조된 탓으로 풀이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초한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뉴욕증시 하락도 투자자들의 공포를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를 촉발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사실상 두둔한 발언 탓에 백악관 자문단에 속한 기업 CEO들이 줄줄이 탈퇴했다.

이는 트럼프의 친성장정책 추진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풀이됐다.

결국, 지난주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신흥시장에서 자금 유출 조짐은 지난달 주요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 정책의 축소를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감지되기 시작했으며 최근의 지정학적 사건들이 우려를 더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시장의 랠리가 끝났다고 외칠 때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BNP 파리바 자산운용사의 JC 삼보 신흥시장 담당 부헤드는 미 국채 수익률이 오른다면 미 국채가 더 매력적이 된다는 게 한 가지 우려 거리라며 이는 달러 표시 신흥국 채권에서 자금 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보 부헤드는 이전보다 더 긴장하고 있지만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통화 표시 채권을 계속 선호한다며 "우리는 아시아가 매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들의 경제 성장이 나아지면서도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은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아시아 증시와 채권시장은 올해 위험 선호에 따른 자금 이동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곳이다.

안츠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7월에 아시아 증시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자금을 뺐으며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에서 8억 달러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다만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순매입액이 47억 달러로 지난 3월 이후 가장 작음에도 해외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도 아시아 신흥 채권시장에서 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LGT 뱅크에서 아시아 태평양을 담당하는 스테판 코리 투자 전략 헤드는 "나는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지는 것에 대해서 고무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는 신흥시장 증시와 채권에 대해서 둘 다 긍정적이라며 "몇 가지 지표가 단기적으로 거품이 있지만 우리는 고객에게 시장이 내려갈 때 더 사라는 조언을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 자금 유출에도 신흥시장은 지속해서 걸림돌로 여겨지는 사건들을 무시하면서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역사적으로 국제 자금 흐름은 연준이 긴축정책을 펼칠 때 신흥시장에서 빠져나왔다. 2013년 '테이퍼 텐트럼' 당시 투자자들은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싼 자금 공급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에 신흥시장 자산을 급히 처분했다.

하지만 연준이 2015년 말 이후 올해 두 차례를 포함해 총 네 차례 금리를 인상했지만, 긴축 속도는 앞으로 점점 느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주 국제금융협회는 "우리는 신흥시장 자금 흐름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낙관적이다"며 "다만 신흥시장으로 자금 유입 속도는 정기적으로 나타나는 후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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