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 정치 불안, 북 핵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미 경제지표 부진 등으로 올랐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4bp 내린 2.182%에서 거래됐다. 이는 지난 6월 26일의 2.135% 이후 가장 낮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2bp 하락한 1.301%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전장보다 1.5bp 낮은 2.765%에서 거래됐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비례한다

국채가는 오는 24~26일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세계 주가 하락 영향으로 올랐던 간밤의 상승세를 개장 초에도 이어갔다.

지난 주말 국채가는 트럼프 대통령발 정치 불안 속에 경제지표 호조로 혼조세를 보였다.

금리 전략가들은 전체적으로 안전 선호 심리가 국채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으나 이날 주요 지표 발표가 없는 데다 24~26일 예정된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관망세가 짙다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미국과 한국군이 연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시작한 것도 북한의 도발 우려를 키웠다.

뉴욕증시도 지난주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불확실성으로 맥을 못 췄다. 이 외에 스페인 테러, 부진한 기업실적 등도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를 촉발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사실상 두둔한 발언 탓에 백악관 자문단에 속한 기업 CEO들이 줄줄이 탈퇴했다. 이는 트럼프의 친성장정책 추진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풀이됐다.

美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집계에 의하면 헤지펀드와 머니 매니저의 금 순 보유 포지션은 지난 15일로 종료된 한주에 17만9천537 계약으로, 한 주 전에 비해 30%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다.

전략가들은 잭슨홀엄에서 핵심 의문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자산 고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긴축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할지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더들리 총재는 자산 가격 상승으로 연준이 금융 여건을 추가로 긴축하기 위해 더 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 캔자스시티 연은이 주관하는 연준의 연례 회의인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재닛 옐런 의장과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연설한다.

애초 드라기 총재가 잭슨홀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최근 이 기대는 급격히 식었다.

RW 프레스프리치 앤 코의 래리 밀스타인 헤드는 "미 국채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하게 정치 불확실성과 안전 자산으로 자금 이동을 일으키는 머리기사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 7월 전미활동지수(NAI)가 전월 상승에서 반락했다.

시카고 연은은 7월 전미활동지수가 전월의 0.16에서 마이너스(-) 0.01로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 지수가 '0'인 것은 미국 경제가 역사적인 성장 추세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마이너스 영역이면 평균 성장세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3개월 이동평균 전미활동지수도 전월 0.09에서 -0.05로 밀렸다.

4분야의 하부 지수중에서 세 분야가 역기여했다.

생산 관련 지수가 0.03에서 -0.02로 내렸다.

고용지수는 0.13에서 0.09로 약해졌다.

개인소비와 주택지수는 -0.07에서 -0.06으로 상승했다.

판매, 수주, 재고 관련 지수는 0.06에서 -0.01로 떨어졌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가 방향 없이 헤매는 가운데 횡보했다.

전략가들은 애초 컸던 기대가 많이 가라앉기는 했지만 언젠가 정책을 전환해야 하는 중앙은행들의 방향뿐 아니라 물가에 대한 진단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잭슨홀을 상당히 주목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쥴리어스 베어의 데이비드 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연준과 캐나다 중앙은행 외에 다른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시장 반응을 여전히 시험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책 정상화 시기가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따라서 투자자들은 정책 정상화의 시기를 가늠하게 해줄 거시 경제지표에 집중하면서 침묵하라고 추천했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는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둔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관망으로 채권시장 거래가 이번 주 상당히 조용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의 짐 라이드 전략가는 "부진한 세계 물가 지표와 유로화의 최근 강세 조합은 잭슨홀을 분기점이 되게 할 것 같지 않다"며 그래도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 경제에 대해서 낙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이드는 또 드라기 연설에서 나올 발언이 비둘기 일지 매파일지는 유로화에 대해 얼마나 드라기가 주의를 기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타워 브리지 어드바이저의 제임스 마이어 최고운용책임자는 이번 잭슨홀 행사는 세계 경제가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끝내는 이행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을 적절하게 보여줄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어는 "중앙은행들은 세계 경제성장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에 놀라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일부는 혼란스러워하고 일부는 우려하지만, 경제성장이 지속하면서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우려는 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연은 조사국의 메리 데일리와 바트 하비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발표했던 보고서를 업데이트하며 "고임금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고 있고 지난 금융위기 때 밀려났던 저임금 노동자들은 새로운 전일제 직장에 채용되고 있다"면서 "이 두 변화가 임금 상승률을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계속해서 일해온 직원들의 경우 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와 하비진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지속하리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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