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베네수엘라 채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경고음이 날로 고조되고 있으나 이전부터 고위험 채권에 투자해 쏠쏠하게 재미를 봤던 '선수'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큰 손 개인투자자들에게 베네수엘라 국채와 국영 석유회사 페데베사(PDVSA)의 회사채 판매가 줄을 이었다. 해외 채권에 강점을 지닌 NH투자증권에서만 국채와 회사채를 포함해 60억원 규모가 판매되며 고객들이 몰렸다.

베네수엘라 채권은 초고위험, 초고수익 상품이기 때문에 증권사가 자체 북으로 담아서 셀다운(총액 인수 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중개만 하는 방식으로 판매됐다. 국내 증권사는 개인 고객이 요청하면 해외 상품부나 외국계 증권사 브로커 등을 통해 물건을 구해주는 역할만 수행했다.

지난달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는 베네수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CCC-'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해 추가 강등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그런데도 고수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판매 요청은 이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4월 베네수엘라 정부가 만기가 도래한 단기물의 원리금을 상환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얻은 고객들이 있었다"며 "수익률이 60~80%에 달해 비용 등을 제하고서도 20%가 훌쩍 넘는 이익을 거뒀고 이 중 베네수엘라 채권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 베네수엘라 채권 가격은 널뛰기하는 상황"이라며 "연 수익률 40%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소위 말해 '선수'인 투자자들이 몰렸고 이들은 손실 가능성을 100% 염두에 두고 투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중개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최소 투자금액이 높아 고액자산가들 중심으로 수요가 있었고 중개 수수료도 0.2~0.3%로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투자자들이 초고위험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최근 베네수엘라는 물론 페데베사의 디폴트 위험까지 급격하게 고조되면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국제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저가 매수에 나섰으나 유가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고, 베네수엘라 정부와 페데베사의 부채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페데베사가 올해 갚아야 하는 부채 규모만 50억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베네수엘라의 현금성 외환보유액(금 등 제외) 30억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베네수엘라 채권 중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이러한 고위험 상품을 증권사가 나서서 고객에서 권유하지는 못한다"며 "자기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사람에게 팔지 않으면 고객을 잃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판매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투자 위험을 충분히 고지했고, 고객이 원해서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판매한 증권사에는 책임이 없다"며 "과거 러시아 디폴트 위기가 불거졌을 때도 국채 판매를 중개한 일부 증권사에는 책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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