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유통업계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숨짓고 있다. 하반기에도 중국 상권이 회복되지 않으면 유통업계는 올해 사상 최악의 실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주요 면세점은 물론 화장품, 식음료에 이르기까지 피해 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롯데는 중국 내 마트 영업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고 이대로 진전이 없으면 올해 피해 규모는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롯데마트 중국 현지 매출이 1조1천29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롯데마트의 한 달 매출 손실만 1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현재 중국 롯데마트 99개 지점 가운데 74곳은 영업정지 상태에 있고 13곳은 자율휴업 상태다. 나머지 영업을 하는 10여곳도 중국인 고객이 끊어졌다. 사실상 중국 영업은 전면 중단된 상태로 볼 수 있다.

롯데는 14년 만에 면세점 부문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2분기 9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롯데면세점은 지난 분기 298억원의 영업적자를 보였다. 롯데 외에 신라면세점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8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었고 한화갤러리아 면세점도 88억원 적자에서 150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크게 늘어났다.

화장품 업계도 사드 보복의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상반기에 전년 동기대비 6.1% 감소한 3조2천683억원의 매출과 전년대비 30.2% 줄어든 5천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만 따져보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8% 줄어든 1조4천130억원의 매출과 57.9% 감소한 1천304억원의 영업이익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은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면세 채널이 14.7% 역성장했다. 매출 하락으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고 중장기 투자는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식음료업계도 하반기 뚜렷한 전망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4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매출은 50% 가까이 줄었다. 제품 주문이 중단되고 반품이 이어지면서 매장 철수도 잇따랐다.

유통업계는 전방위로 확산하는 사드 피해로 인해 하반기에는 사상 최악의 실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 들어서도 사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며 "롯데를 필두로 주요 유통업체들이 중국 철수를 고려할 만큼 상황이 나빠지고 있어 저마다 최악의 성적표를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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