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동력을 잃고 정중동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약세가 대거 반영된 가운데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연설도 가격 변수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2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138.2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25원)를 고려하면 전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139.00원) 대비 0.55원 내린 셈이다.

역외의 움직임이 제한되자 개장 후 달러-원 환율 움직임도 1,130원대 후반에서 2~3원 정도의 레인지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전일 환시 거래량은 거래 동력 약화로 연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등에 따르면 이날 서울환시 현물환 거래량은 48억4천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가장 적은 거래량을 나타낸 지난 1월 2일 36억3천100달러 이후 최저치다.

올해 일평균 거래량인 약 73억 달러에 비하면 반 토막 가까이 난 셈이다.

므누신 장관은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재무부는 9월까지 계속 지출을 할 수 있다며 연방 지출 삭감과 같은 조건 없는 부채 한도 상향을 선호한다는 견해를 반복했다.

그는 의회가 그때까지 부채 한도를 높이지 않는다면 정부 비용을 지출하지 못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므누신 장관의 연설도 기존의 트럼프발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약세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봤다.

이들은 주 후반 예정된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입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원론적인 데 그쳐 의미 있는 달러-원 환율의 방향성 확대는 어려워 보인다"며 "잭슨홀 심포지엄 뚜껑이 열리기 전까진 1,130~1,140원 레인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도 "므누신 장관이 친성장 정책을 지지하고 의회의 부채 한도 증액 지지를 당부하는 등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며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떠난 후 분위기 잡는 차원에서 성장 정책과 감세 정책을 한 번 더 다잡아 가는 것으로 해석됐다면 달러 약세가 제한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시장의 롱포지션이 대거 청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주 후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막바지에 들어서는 만큼 북한 측의 도발이 없는 한 1,130원 선 하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당분간 레인지 장세가 이어지겠으나 오는 24일과 25일까진 잭슨홀 심포지엄을 앞두고 롱포지션이 정리되기 시작할 수 있다"며 "다음 주 월말이 시작되고 을지훈련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경계가 해소되면 달러-원 환율이 최근 급등했을 때 쌓였던 롱포지션이 대거 청산돼 1,126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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