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거래의 70% 정도가 전자거래로 이뤄지는 등 서울외환시장의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활발해지는 점 역시 그간 유입 일변도의 자본 흐름에 변화를 주고, 서울환시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급속히 바뀌고 있는 시장 환경에 맞춰 외환당국도 스탠스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역외NDF 전자거래 급증…외환당국 콘트롤 벗어나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역외 NDF 시장의 흐름이 서울환시와 동떨어진 흐름을 보이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전자외환거래(EBS)가 활발해지면서 NDF 가격이 외환당국의 손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서울환시의 한 참가자는 22일 "역내 투자자들은 NDF 전자거래를 거의 하지 않고 있고, 볼커룰 등으로 뉴욕시간대에는 아예 NDF 거래를 하지 못한다"며 "달러-원 NDF 가격이 역외투자자의 전자거래를 통해서만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외환시장 참가자는 "달러-원 NDF 거래의 대부분이 전자거래로 이뤄지면서 사실상 외환당국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외 NDF 시장에서 역외투자자들끼리 이뤄지던 달러-원 NDF 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10%도 안되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 서울환시 참가자들의 지적이다.

달러-원 NDF거래에서 전자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에서는 약 60%대, 아시아권에서는 50%대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역외투자자들간 거래 규모가 늘어나더라도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 없이 순매수, 순매도 규모가 크지 않다면 서울환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역외 NDF 전자거래의 확대 추세와 역내 시장에서의 전자거래 도입 요구가 높아지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NDF 전자거래 외에도 삼성전자 등의 수출 대기업은 자체 전자거래시스템을 도입해 종전의 외국환은행 중심의 거래방식을 탈피하기도 했다.

그만큼 외환거래를 전자거래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하려는 추세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역외 투자자들간의 NDF 거래 규모와 전자거래 동향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방어능력 초점 맞춘 외환정책 틀 바뀌어야

외환정책의 방향을 외국인 자본 유출입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로도 비중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외화유동성 부족이 우려되던 시기에 만들어진 외환정책의 틀이 바뀌어야 한다"며 "외국인 자본유출입 뿐 아니라 내국인 자본유출입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순대외채권(대외 채권-대외 채무)은 4천74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해외에 줄 돈 보다 받을 돈이 많은 셈이다.해외 금융시장에서 충격이 발생하면 해외로 나간 내국인 자본이 다시 국내로 유턴하면서 충격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다만, 국내에서 충격이 발생하면 해외로 자본이 빠져나갈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갖는 만큼 두가지 요인을 모두 살필 수 있는 정책 방향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유입에만 초점을 맞춰 시행돼 온 국내, 해외투자에 대한 과세도 균형있게 조정돼야 할 것으로 봤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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