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확정되면 수당 50% 더 많이 줘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은 연속된 판매부진으로 위기 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통상임금이 확정되면 수당이 늘어나고 자동차산업의 위기국면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사장은 22일 서초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 간담회에서 "2년 연속 차가 잘 안 팔리고 있는데, 이것이 위기의 시그널"이라며 "전년 대비 중국에서 50% 마이너스 실적을 내고 미국에서 소매 판매가 8~9% 줄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임금 소송과 관련해 "예전 노동부 지침에 따라 돈 많이 주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하는데, 상여금 문구 하나로 소송당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재판부를 존중해 과거분을 지급할 수 있지만, 미래분이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박 사장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현대차와 기아차가 똑같이 야근했을 때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50%를 더 많이 줘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현대차 노조는 가만히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동부 지침과 법이 달라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투자자에게도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도록 하나로 잘 정리됐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박 사장은 재판부에 제출한 탄원서와 관련해서는 "재판에 회부됐기 때문에 피고 입장이고 대표로서 의견을 피력하고 탄원할 자격이 있다"면서 "고심 끝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재판부에 생각을 어필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사장은 전일 재판부에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기아차 노조는 이에 반발하며 이날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은 좋으나,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잔업 특근을 안 하면 생산과 수출이 줄어드는데, 그렇게 하면 회사에서 경영성과를 더 많이 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자동차산업 위기국면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김수욱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산업의 규제 수준은 최고라 말할 정도"라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규제와 노사관계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섭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생산이 줄고 중국쪽 대금까지 지연되는 상황에서 완성차업체가 일부 현금 지원하고 은행대출도 알선하면서 캐시플로우 맞추려고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며 "위기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황은영 르노삼성자동차 본부장은 "개발에 집중하고 경쟁력 있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마련돼야 투자도 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수출과 내수를 진작시키는 데 있어 비즈니스 환경이 잘 갖춰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광수 현대자동차 부사장도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경쟁력 갖추는 것이 일자리, 부가가치 제고에 큰 힘이 된다"며 "정책적인 지원 제도가 뒷받침되면 해외시장 어려움 극복에 도움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m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