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재무상황이 좋지 못한 기업이 주채권은행을 상대로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것은 처음 본다. 그런데도 정작 주채권은행과 채권단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한 기업금융부문 임원은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과정에서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신경전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산은은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기 위해 상표권을 보유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협조를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건건이 채권단이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산은은 여신회수 가능성 등으로 금호아시아나를 강하게 압박했다가 무시당하고 있다. 급기야 산은은 최근 호남지역 국회의원과 지역 언론의 연일 계속되는 여론전에 납작 엎드리는 모양새다. 과거 기업구조조정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형국이다.

왜 이런 상황이 이어지는 것일까.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산은이 처음부터 제3자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할 생각이 없었다는 다소 황당한 답을 내놓는다.

처음부터 이상했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주도하는 구조조정부문 최고위급은 산은에서도 금호아시아나와 친분이 유독 두터웠다는 평가다.

산은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매각 주관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택했다. CS에는 과거 노무라증권 시절부터 금호아시아나 거래를 거의 독차지한 대표급 임원이 버티고 있다. 이 임원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사장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금호타이어 딜을 두고 IB업계에서는 처음부터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회장이 아닌 외부로 팔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매각의 한 축인 법률 자문사(법무법인 광장)의 행보도 이해하기 어렵다.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바탕으로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피력했다. 광장은 어떤 딜보다 법률적인 분쟁 소지를 따져야 했음에도 정작 상표권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물론 고의성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10년차 변호사 대신 처음부터 무게감 있는 변호사를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지적도 나온다.

의혹은 다른 데서도 나온다. 산은은 상반기 507억원의 영업손실, 1천81억원의 순손실을 낸 박삼구 회장 등 경영진을 해임하지도 못했다. 엄밀하게 말로는 해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해임을 추진하지도 않았다.

여러 정황이 '산은은 처음부터 제대로 매각할 생각이 없었다'로 모인다. 금호아시아나가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고자세를 취하는 반면 산은이 매번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을 바라고 있다. 매각 무산 시 금호타이어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2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는 가운데 재입찰을 하자고 채권단에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한때 신성장동력으로 꼽았지만, 지금은 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 공장을 팔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만약 이번 매각작업이 무산된 이후 재입찰이 진행되면 어떻게 될까.

앞서 언급한 대형증권사의 임원은 "국내에서 박삼구 회장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금호타이어 입찰에 참여할 기업은 당연히 없다. 이번 더블스타 사례를 지켜봤다면 아마 외국에서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인수자는 박 회장 한 명만 남는다. 금호산업 매각 때와 같다"고 추정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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