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정부의 8·2 부동산대책으로 실수요자의 선택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른바 '손수건 효과'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업계에서 나온다.

자기자본 부담 확대로 투기수요가 줄더라도 실제 가격 하락은 입지여건 등이 열악한 주변부에서 시작되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낮은 경쟁률과 분양가에 현혹되지 않는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분양을 마친 서울 아파트 중 1순위 청약이 미달한 단지는 5곳으로 조사됐다. 도봉구에 두 곳이고 강서구, 중랑구, 동작구에서도 한 곳씩 나왔다. 중랑구 상봉동과 도봉구 쌍문동의 아파트는 서울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늘어난 지난해 11·3 부동산대책 이후 청약을 받았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가만 보면 전용면적 3.3㎡당 1천500만원 내외로 서울에서 저렴한 편이다. 한 곳을 제외하면 총 세대수가 100여가구 정도고 일반분양 물량은 최대 259가구를 넘지 않았다. 물량과 대출 부담이 적은 새 아파트지만, 중심지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 등이 주목도를 낮췄다.

지리적 이점으로 청약미달은 면했지만, 너무 고가인 탓에 청약경쟁률 하위권에 머무른 분양단지도 있다.

모든 가구가 분양가 9억원을 넘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지 못했던 용산구의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는 경쟁률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용면적 3.3㎡당 서울 역대 최고 분양가를 경신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이보다 더 부진했다. 이들은 6·19 대책 이후에 분양해 규제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8·2 대책으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은 중도금 등 집단대출에도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됐다. 사실상 자기자본이 있는 실수요자만 청약시장에 참여토록 하면서 서울 청약경쟁률에 대한 우려가 확대했다.

하지만, 마포구의 '공덕 SK리더스뷰'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평균 34.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분양대상 중 가장 작은 전용면적이 84㎡였지만, 분양가(7억4천910만~8억900만원)가 주변 시세보다 높지 않자 호황기 같은 모습을 보였다. 입지와 가격이 합리적이면 초과수요가 여전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손수건 효과'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격 상승기에는 손수건의 중앙을 집어 올리듯 중심부부터 오르고 하락기에는 손수건의 주변부부터 떨어지는 것과 같다는 비유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반적인 청약경쟁률이 낮아지면서도 유망사업장에 대한 쏠림은 나타날 수 있고 관련법이 마련되기 전에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도 출현할 수 있다"며 "서울의 분양가가 크게 떨어진다고 보긴 어려워도 오르는 속도가 저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무주택자 등 진성 수요자들의 당첨확률은 높아져 급할 것이 없기에 철저한 분석과 이성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다주택자 등은 입주권, 재고주택 등과 비교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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