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중국 금융권이 '신주기(新周期)' 논쟁으로 뜨겁다.

작년 6.7%를 기록한 중국 경제 성장률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올해 상반기 6.9%로 반등하자 중국 경제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과 반론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형국이다.

첸지앤치(陳建奇) 중공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세계경제실 부주임은 "신주기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서 주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무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신주기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학자는 런저핑(任澤平) 방정증권 연구원이다.

21일(현지시간) 증권시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런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과거 6년간의 생산력 해소와 디플레이션 과정을 거쳐 지금 새로운 확장 주기에 진입하는 길목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공급의 해소가 정부의 개혁 덕분이기도 하지만 시장의 자발적인 활동에 힘입었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나서기 이전 중국 경제가 이미 2012년부터 54개월간의 긴 디플레이션을 겪었고, 생산력 과잉 해소 정책 대상이 아닌 화학공업, 종이, 유리, 시멘트 등에서도 생산력 과잉 해소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4개월간 전년 대비 하락세를 나타낸 바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살아남는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수익성을 회복한 다음, 새로운 주기에서 생산력을 다시 확대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중국 경제는 또 70년대부터 성장률이 주기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모양새를 보여 이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런 연구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중국 건설은행의 장타오(張濤) 처장은 "중국의 성장률이 6.9%로 회복한 것은 하락 추세를 그친 것에 불과하다"며 "또 중국 경제 성장은 매번 공업 경제의 호전과 병행했는데 현재 공업 경제가 살아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처장은 이어 "첨단 기술과 이에 따른 새로운 수요는 아직 효과를 확인하기 전"이라고 덧붙였다.

리쉰레이(李迅雷) 중태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생산력 주기라는 것은 웃기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어떤 주기에 해당한다면 현재 쿠즈네츠 파동의 하행 단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쿠즈네츠 파동은 건설경기로 경제 주기를 설명하며 주기는 약 20년이다.

궈레이(郭磊) 광발증권 수석 거시 이코노미스트는 신주기 논쟁은 중국 경제의 쥬글라파동을 오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쥬글라파동은 기업의 설비투자에 따른 생산의 증가가 과잉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설비투자 감소로 연결되는 약 10년의 경기 순환주기를 말한다.

궈 이코노미스트는 "쥬글라파동의 주기는 결코 경제가 직선으로 상승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쥬글라파동이 원자재, 제조업, 수출과 해운으로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며, 올해 이 연쇄망이 다소 탄력적인 회복세를 보였지만 중기 추세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첸다오푸(陳道富)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금융연구소 부소장은 중국 경제는 현재 생산력 과잉 해소 과정속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며, 여전히 구조를 개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첸지앤치 부주임은 "신주기 이론은 전 세계 범위로 확장시켜야 한다"며 "이론이 중국 경제의 특정 단계를 설명하는데 그친다면 모순 투성이 가설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중국 경제의 회복은 공급측 개혁과 재정 정책의 효과"라며 "이 정책이 없어서 경제가 회복하지 못했다면 주기 이론은 어떻게 성립하는가"라고 반문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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