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 가격은 뉴욕증시 상승 등 위험자산 선호로 내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2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3.3bp 오른 2.215%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4bp 상승한 1.326%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전장보다 2.4bp 높은 2.789%에서 거래됐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비례한다.

국채가는 유럽에 이은 뉴욕 증시 상승 등 위험자산 선호 여파로 최근의 상승세를 접고 반락 출발했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0.9%에 육박하는 오름세를 유지했다. 이는 지난 4월 25일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당시 다우지수는 1.1% 올랐다.

반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엔화와 금가격은 이날 내렸다.

전일 국채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 정치 불안, 북 핵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 미 경제지표 부진 등의 안전 선호로 올랐다.

금리 전략가들은 10년물 국채가가 최근 나흘 연속 올랐다며 이날 유럽 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등 위험 선호가 다시 살아나면서 국채가가 내려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전략가들은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번 주 25일 예정된 두 중앙은행 수장의 연설이라며 일부에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매파 성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해, 국채 선매도 압력이 쌓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주관하는 연준의 연례 회의인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과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연설한다.

레이몬드 제임스의 케빈 기디스 헤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의 징후가 거의 없다며 이날 시장 움직임은 앞서 며칠간 일어났던 안전자산 선호의 되돌림이라고 풀이했다.

또 시장 일부는 이날 뉴욕 금융시장 분위기 변화와 관련해,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세제개편안이 다시 부상해 친성장정책 실행에 대한 희망을 품은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는 보도를 언급했다.

이는 전일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 개입을 천명한 것과 함께 워싱턴발 정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완화해주는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됐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수바드라 라자파 헤드는 "이날 국채 매도는 증시에서 위험 선호와 세제개편안에 관한 소식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라자파는 "정치와 세제개편에 관해서는 지난 몇주간 명쾌한 것이 거의 없었다"며 "다만 9월로 가면서 좀 더 그럴 듯하게 들리는 것들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맥쿼리 그룹의 티에리 앨버트 위즈먼 전략가는 "워싱턴의 불확실성 위험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는 유럽시장이 열리면서 간밤과 아침 증시 상승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9시경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하는 북한의 강경 메시지가 나와 주목받기도 했다. 국채 낙폭이 소폭 줄었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의 주용철 참사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군축 회의에서 "핵 억지력을 강화하고, 대륙간 로켓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서 자기방어를 위한 적법하고, 합법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별다른 관심을 못 받았다.

미국의 지난 2분기 주택가격이 전분기대비 1.6% 상승했다고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발표했다. 2분기 주택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올랐다.

FHFA의 주택가격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보증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주택에 한해 산정한다.

FHFA의 윌리엄 도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택가격은 2분기에 거의 모든 주에서 올랐다"며 "신규 주택 판매는 증가했지만, 전체 인구대비로는 여전히 역대로 낮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도너는 "낮은 주택 재고는 주택가격이 지난 6년 동안 매 분기 상승한 주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8월 리치먼드 지역 제조업 활동이 확장세를 유지했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은 8월 제조업지수가 전월과 같은 14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지수는 제로(0)를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상승세 지속 속에 다시 낙폭을 벌렸지만, 변동 폭은 크지 않았다.

국채시장 변동성을 보여주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의 무브 지수는 이달 초 46.9로 내려,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후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

BOAM은 연준이 올해 후반에 보유 자산을 축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고, 백악관은 옐런 의장을 임기 말에 교체할 것을 시사할 것이라며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다른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BOAM은 최악의 상황은 투자자들이 2013년 테이퍼 텐트럼 때나 2015년 8월의 세계 금융시장 하락 때와 같이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매각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략가들은 시장의 변동성이 낮은 것은 물가가 부진한 탓이 크다며 잭슨홀에 대한 추측을 지속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플로랑 포숑 전략가는 시장이 연준과 ECB가 추진하는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에 대해서 너무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개된 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회의록은 물가 전망 때문에 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해서 둘 다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바 있다.

포숑은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연준은 자산 축소 시작을 곧 발표할 것이고 12월에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며 "또 ECB는 9월이나 10월에 테이퍼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은행은 구체적으로는 2018년 말까지 10년 만기 독일 국채(분트) 수익률이 30~70bp 오를 수 있다며 "따라서 10년물 분트의 보험 통계적 수익률을 내년 말까지 1% 수준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나온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경기 전망에 대한 금융시장 투자자의 신뢰도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독일의 민간 경제연구소인 유럽경제연구센터(ZEW)는 기관 투자가와 시장 분석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월 경기기대지수가 10.0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14.0을 밑도는 결과다.

이번 달 지수는 지난 7월 수치 17.5에서도 크게 하락했다.

ZEW 경기기대지수는 향후 6개월에 대한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선행지표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안 린젠 헤드는 흔들리는 자신감과 물가 상승의 부재는 ECB의 드라기 총재를 잭슨홀을 앞두고 어려운 위치에 놓이게 할 것이라며 ECB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하고 싶지만, 공격적인 양적완화 축소는 시장 변동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린젠 헤드는 이는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에도 부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계 자산운용사인 SYZ는 주요 중앙은행들은 현재 통화정책이 물가를 끌어 올릴 힘이 있고, 필요하다면 물가를 통제할 수 있다고 계속 믿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다양한 구조적 이유로 더 이상 진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운용사는 잭슨홀에서 중앙은행들이 현 통화정책의 부작용을 인식해서 정상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둘지, 아니면 현 이론적 모델에 따른 정책을 지속하면서 주식과 부동산의 새로운 급등이라는 위험을 초래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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