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올해 상반기 내내 국내 주식시장이 이례적인 활황을 보였지만, 자산운용사들은 오히려 맥이 빠진 분위기다. 주식형 펀드 환매가 극성을 부리는 탓에 설정액이 줄어들어 운용사가 손에 쥔 순이익은 오히려 작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순이익 상위 5개 회사 중 KB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KB자산운용은 상반기 227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2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올린 296억원보다 23% 줄어든 수준이다.

삼성자산운용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운용사는 상반기 순이익 1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80억원을 낸 데에 비해 30% 이상 줄어든 규모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순이익도 지난해 12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16억원으로 감소했다.

자산운용사들의 이익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연초 이후 주식시장이 줄곧 강세를 나타냈 것과 관련이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최근 1년 사이 13.77%의 수익을 냈다. 시계열을 6개월로 좁혀도 수익률은 11.15%에 이른다. 코스피만 봐도 연초 이후 16.72%로 상승했다.

수익이 개선되니 투자자들은 펀드를 환매하면서 수익을 확정했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쪽이 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 심리도 환매에 작용했다.

이에 운용사들이 굴리는 펀드 자금이 줄어들게 됐다. 자금 이탈은 운용 보수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로 KB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6조5천177억원에서 8월 현재 5조4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혼합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1천890억원에서 1천261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삼성운용의 주식형 펀드 설정액도 8조1천억원에서 7조8천억원으로, 한투운용의 경우 6조9천억원에서 4조8천억원으로 급감했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반기에만 591억원의 순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올린 순이익(329억원) 대비 44%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A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연초 이후 개인들이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 직접 투자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오히려 자산운용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며 "지수가 더이상 오르지도 않고 있어 펀드 투자 유인도 떨어진 상태다"고 전했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래에셋운용은 이례적으로 설정액이 늘어 순익도 같이 증가했다"며 "자산가들은 사모펀드로 이동해 헤지펀드 운용사 순익은 늘어난 반면 대부분 공모펀드 운용사 분위기는 그 반대다"고 귀띔했다.

kl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