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이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이 급격히 늘어난 KB국민·NH농협·KEB하나은행 등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선다.

8·2부동산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부족한 대출액을 다른 형태의 대출로 유도하는 편법 영업 행태가 적발될 경우 직원 징계나 기관 경고 등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9월 초까지 각 은행 검사부에서 자체적으로 편법대출 여부를 점검해 결과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든 고객에게 대출 용도를 어기고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 대출을 안내하는 우회영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기에 앞서 마이너스통장을 만들어주거나 개인사업자에게 운전자금, 시설자금 등의 명목으로 대출을 유도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신용대출을 받기 전후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을 경우 LTV 산정 때 신용대출을 포함해 계산했는지, 개인사업자대출 자금 용도가 주택 구입에 쓰였는지 여부 등 기준 항목을 만들어 전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받은 결과를 검토해 편법대출이 의심스러운 은행에 대해 바로 현장점검에 착수할 예정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21일 간부회의에서 "규제 강화로 줄어든 대출 자금을 신용대출이나 개인사업자대출로 조달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재연될 수 있다"며 "편법을 부추기는 금융회사는 현장점검을 통해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5곳의 신용대출 잔액은 16일 기준 93조1천171억 원으로 이달 들어 5천882억 원 늘었다. 올 상반기 개인사업자 대출액도 20조4천억 원 증가해 전년 같은 기간(15조6천억 원)보다 4조7천억 원 더 많이 불어났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주택 임대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개인사업자대출은 농협은행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정책상품을 제외한 개인사업자대출잔액은 16일 기준 27조9천211억 원으로 전월 말(26조780억 원)보다 1조8천431억 원(6.6%) 증가했다.소호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도 이달에만 약 2천억 원, 올 초보다는 약 4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국민은행은 이달 신용대출잔액이 57조4천669억 원으로 7월 말보다 4천억 원 증가, 전월 증가 폭의 2배 이상 됐다.

신용대출의 경우 신한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에서 지난달보다 평균 300~500억 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감원이 현장점검을 통해 실제 편법 사례를 얼마나 적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업 감독규정 등에 따라 대출 용도를 어긴 고객과 금융회사를 징계할 수 있지만, 사례별로 사실 여부를 밝혀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신용도 등에 문제가 없는 고객이 대출을 원하는데 이를 거절했다가는 고객을 빼앗길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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