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하림그룹이 김홍국 회장의 장남 김준영씨의 자산을 불리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림그룹이 제일사료가 영위하는 펫푸드(pet food) 사업 등을 육성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향후 제일사료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준영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올품이 제일사료 지분 11.89%를 보유하고 있어 하림그룹이 제일사료를 키울수록 김준영씨의 자산가치도 커지게 된다. 특히 올품은 제일사료 지분을 하나도 들고 있지 않았는데 최근 하림그룹이 분할과 합병 등을 실시해 올품의 제일사료 지분율을 높였다.

◇ 하림그룹, 제일사료 기업가치 키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제일사료가 영위하는 축산용 사료, 펫푸드 사업 등을 성장 동력으로 삼고 이를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사람도 먹을 수 있는 무방부제 펫푸드'를 앞세워 반려동물 시장을 공략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제일사료 사업에서 펫푸드 사업 비중은 미미하다. 하지만 펫푸드 시장이 2020년 연간 6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펫푸드 사업을 키우기로 했다.

실제로 하림그룹은 약 400억원을 투자해 충남 공주시 정안에 공장을 완공했으며, 지난 4월부터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조만간 펫푸드 제품도 출시한다.

이를 통해 하림그룹은 제일사료 기업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제일사료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향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은 2년 내 제일사료를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제일사료 기업가치는 1천919억2천400만원으로 산정했다. 지난해 순이익(245억9천400만원)에 유사기업인 선진, 팜스토리, 팜스코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12.01배를 적용한 뒤 35%를 할인해 기업가치를 산출했다.

◇ 분할·합병 등으로 올품이 제일사료 지분 11.89% 확보

업계에선 하림그룹이 김준영씨의 자산을 불리기 위해 꼼수를 써서 이 같은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림그룹이 제일사료 사업을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고 향후 제일사료 상장을 추진하면 김준영씨의 자산가치가 자연스레 커지게 된다.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올품이 제일사료 지분 11.89%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올품의 제일사료 지분율은 0%였다. 제일사료 최대주주는 제일홀딩스(지분율 100%)였다. 하지만 분할과 합병 등의 과정을 거쳐 올품이 제일사료 지분 11.89%를 확보했다.

그 과정을 보면, 먼저 제일사료가 올품의 동물약품 판매부문을 양수했다. 또 한국썸벧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한국썸벧 사업회사(동물약품 제조사업부)가 제일사료와 합병했다. 한국썸벧은 한국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같은 합병으로 제일사료는 한국썸벧 주주인 올품에 합병신주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제일사료 주주는 기존 제일홀딩스 100%에서 제일홀딩스 88.11%, 올품 11.89%로 변경됐다.

이어 제일사료는 물적분할을 실시해 신설법인 한국썸벧을 설립했다. 제일사료가 한국썸벧 지분 100%를 들고 있으며 한국썸벧은 동물약품 제조와 판매사업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제일사료를 키우기로 한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사업양수, 분할, 합병 등의 과정을 거쳐 올품이 제일사료 지분을 확보하게 한 것은 김준영씨의 자산을 불리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김홍국 회장이 김준영씨에게 10조원에 달하는 그룹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편법을 썼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하림그룹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펫푸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분할과 합병 등을 실시한 것"이라며 "향후 제일사료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투명 경영을 위해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후계자 자산을 불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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