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5년 전 한 30대 매니저는 독립 자문사에서 또 독립했다. 주식 꽤 한다던 이 선수는 '반짝반짝 빛나길' 꿈꾸며 '라임(Lime)'이란 이름의 투자자문사를 세웠다.

200억원에도 미치지 않았던 수탁고는 5년 새 9천억원 넘게 성장했다. 주식으로 개인투자자 자금을 굴리던 이 하우스는 이제는 연기금에서도 노크하는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로 성장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이달로 창립 5주년을 맞았다.

원종준 당시 브레인투자자문 매니저가 자문사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시장은 깜짝 놀랐다.

5년 전, 투자자문사라고 하면 기라성 같은 스타 매니저 형님들이 차린 곳들만 생존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1세대 자문사인 피데스, 한가람투자자문을 비롯해 2세대인 브레인, 케이윈투자자문은 대형 운용사 출신의 대표, 기관 자금을 토대로 성장했다. 하지만 라임투자자문은 개인 자금 중심으로 자문 및 일임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개인 돈으로 운용 규모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설립 이후 4개월이 지난 2012년 12월, 라임투자자문의 수탁고는 191억원에 그쳤다.

라임이 폭풍 성장한 계기는 절대수익스와프(ARS)의 등장과 함께다.

2013년 신한금융투자는 ARS라고 불리는 롱숏 파생결합증권(ELB)을 개발하고 라임투자자문과 계약을 맺었다. 고객 자금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채권 이자만으로 주식을 운용하는 전략이다. 이때 주식을 롱숏전략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당시 라임투자자문은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할 트랙 레코드를 쌓을 수 있었다.

ARS 순항에 운용 자산은 2014년 말 기준 7천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이렇게 성장해 현재 운용사로 전환한 곳으로는 타임폴리오, 그로쓰힐, 유리치투자자문 등이 있다.

마냥 순항하진 못했다. 2015년 금융 당국이 ARS 규제를 하면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설상가상으로 투자자들의 니즈도 주식이 아닌 대체투자로 옮겨가면서 운용 자산은 한때 다시 4천600억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그 사이 라임투자자문은 헤지펀드 운용사로 등록하고 201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용을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자문사가 아닌 운용사다.

주식형 헤지펀드 1호는 모히토, 후속작으로 마티니, 비앤비 등이 나왔다. 1호 펀드의 가입 금액은 최소 1억원으로 원종준 대표가 직접 운용했다.

라임운용의 두 번째 르네상스는 대체투자에서 일어났다.

새로 꾸린 헤지펀드 본부에서는 주식 롱숏을 비롯해 메자닌, PDF, 대체투자 상품까지 선보이기 시작했다.

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한 곳 대부분은 '잘하는 전략'하나에 집중하지만, 라임운용은 이종필 대체투자본부 부사장을 필두로 전략 다변화에 성공했단 얘기다. 실제로 라임운용이 지난 5월에 무역금융 펀드는 한번 출시할 때마다 1천억원씩 유입되기도 한다.

원종준 대표는 "무역금융이나 새턴, 기존 메자닌 펀드도 호조를 보였고 만기 매칭형 등 채권형 펀드도 일부 자금이 들어놔 전반적으로 운용 규모가 늘었다"며 "주식형은 자금이 다소 줄었으나 향후 더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금융투자업계의 잘 된 '벤처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헤지펀드가 속출하는 가운데 라임 등 초창기에 자문사로 트랙 레코드를 착실히 쌓은 곳들이 생존에 유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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