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의 보수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직무를 수행한 데 대한 대가로 퇴직금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사회 결의로 보수를 정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회사와 이사 강의 이해충돌 우려 때문에 현행 상법은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이사의 보수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최근 대법원이 이사가 회사에 제공하는 직무와 보수 사이에 합리적 비례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주목된다.

회사의 매출액 규모에 비해 대표이사 등 임원의 급여 비중이 과다해 지속적으로 손실이 누적돼 온 A회사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곧 이사직을 사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한 가운데서도 퇴직금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내용의 규정을 주주총회에서 통과시킨 뒤, 회사를 상대로 거액의 퇴직금을 청구한 사례다.

대법원은 비록 보수와 직무의 상관관계가 상법에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이사가 회사에 제공하는 직무와 지급받는 보수 사이에는 합리적 비례 관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도산 직전의 상황에서 회사에 대한 경영권 상실 등으로 퇴직을 앞둔 이사가 최대한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 소수 주주의 반대에도 과다한 보수 지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를 회사 재산의 유출을 야기한 위법한 배임행위로 보고, 보수청구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전에도 비슷한 맥락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사의 보수가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 현저히 균형을 잃을 정도로 과다하거나, 회사의 자금을 개인에게 지급하기 위해 특정인을 이사로 선임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보수청구권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경우 대법원은 회사가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범위를 초과해 지급된 보수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의 판결은 한 걸음 더 나아간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사들이 주주총회 결의로 퇴직금 규정을 통과시켰다는 이유로 위법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으므로, 그 위법한 배임행위의 결과물인 퇴직금 규정을 근거로 보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독일의 경우 금융위기 직후 '이사의 보수 적정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 회사 임원의 보수를 적정 수준으로 통제할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관련 입법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소수 주주와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법무법인 충정 정진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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