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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규 칼럼> 귀족의 몰락과 부동산 시장
    이성규 기자  |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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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7.09.01  08: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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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인포맥스) 1830년대까지 영국에서 큰돈을 만지던 부류는 공작ㆍ백작으로 불리던 귀족들이었다. 지금 우리 시대에서 말하는 부자가 그 당시에는 귀족이었다.

    일은 하지 않고 옷 치장이나 머리 손질, 사냥, 호화 파티를 즐기는 데만 열을 올리던 귀족들이 부자였던 이유가 뭘까. 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땅에서 나오는 농산물이 귀족들의 주 수입원이었다. 농사는 땅을 가지지 못한 소작농의 몫이었다.

    당시 영국은 30여 개 귀족 가문이 있었고, 이들 가문의 연간 총수입은 6만파운드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지금 화폐 기준으로 약 3억파운드 수준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4천300억원. 1개의 귀족 가문이 연간 150억원의 수입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1830년대 이후 귀족들은 빠른 속도로 몰락했다. 귀족 가문의 몰락에는 산업화ㆍ근대화 과정에서 정치적 이유도 있었겠지만, 많은 역사학자와 경제학자들은 금융의 본격적인 등장을 이유로 꼽는다.

    금융이 어떻게 귀족을 몰락시켰던 것일까. 귀족들은 땅을 수입원으로 봤다. 틀리지 않는다. 그들에게 막대한 부를 창출해 줬기 때문이다.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 지금도 가끔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이 때문에 당시 귀족들도 땅의 가치를 맹신하고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가져다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1840년대 들어서자 영국 귀족들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제대로 갚지 못했다. 유럽에 감자 마름병이 유행처럼 번지며 대기근이 찾아오자 국제 곡물 가격은 급락하고, 땅은 더는 부를 창출해 내지 못하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땅이 부를 창출해 내지 못하자 귀족들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갚을 수 없게 됐고, 금융회사는 귀족들에게 이자를 받지 못하자 그들의 소유 토지를 몰수해 버렸다. 귀족들이 그처럼 맹신하던 땅은 금융의 관점에선 그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그저 담보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귀족들의 몰락으로 소작농은 자연스레 사라졌고 영국의 시민정치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고강도 부동산대책이 나왔다. 특히 투기과열지역으로 지목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불똥이 떨어졌다. 하루가 다르게 호가가 떨어진다고 하니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일단 먹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는 난공불락일 것이다. 교육과 개발 수요가 존재하는 한 돈과 사람이 몰릴 것이고 그렇다면 잠시 숨죽이고 있던 부동산 시장은 다시 꿈틀댈 것이 뻔하다. 강남 아파트는 부를 창출해 낸다는 믿음이 사라지 않는 이상 이러한 흐름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돈의 흐름이 끊기거나 강남 아파트가 더는 부를 창출해 내지 못한다고 인지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1998년 외환위기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돈이 제대로 돌지 않자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반 토막이 났다. 아파트도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한 금융권은 아파트 담보대출의 문을 닫아 버렸다. 담보가치 하락으로 은행의 건전성까지 나빠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렇게 잡으려고 애쓰던 당시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부양의 대상이 돼 버렸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강남에 아파트를, 땅을 가지고 있다고 이들의 몰락을 바라서는 안 된다. 정부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는 데, 연착륙하는 데 정부는 정책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세금이나 분양권 전매 불허 등의 전통적인 부동산대책으로는 과열된 시장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을 적절히 조절해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금융이 이번 8·2 부동산대책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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