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지난해 말 금리 급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본 증권사들이 올해도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채권 비중 축소에 나섰다.

지난해 말 총자산의 50%에 달했던 증권사의 채권 보유 비중은 지난 2분기 말 현재 46%까지 하락했다. 증권사들은 다만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운용하고자 보유하는 채권 규모가 많아 비중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보유 채권 규모는 지난 2분기 말 현재 총자산의 46%다. 지난해 말 50%였던 데서 1분기 말 48%였다가 또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만 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총자산 대비 채권 보유 비중을 낮춘 것은 지난해 말 금리가 급등하며 채권 부문에서 큰 손실을 내고서 채권을 보수적으로 운용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금리는 급등세를 탔다. 국고 3년 금리는 3분기 말 1.24% 수준에서 11월24일 장중 1.811%로 60bp 가까이 치솟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용 평가 대상인 국내 24개 증권사가 이때 채권 부문에서 1천745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채권 보유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은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국내 53개 증권사의 채권 관련 이익도 25억원으로 떨어졌다. 간신히 손실을 면한 수준으로, 금감원이 증권사의 채권 이익을 구분해서 집계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LS 미상환 잔액이 줄면서 채권 보유를 늘릴 필요성이 작아지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ELS 미상환잔액은 64조9천91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6% 감소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주로 ELS나 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운용하기 위해 채권을 보유한다.

증권사들은 다만 채권을 ELS나 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반드시 보유해야 해서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채권을 ELS나 RP 상품의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기 때문에 줄이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관련 손실 발생은 증권사의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증권사들은 상당 부분의 평가손실을 낼 것으로도 전망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1분기까지 총 60분기 동안 전체 증권사의 금리 민감도를 추정한 결과 평균 0.84로 추정했다. 국고채 3년 금리가 0.5%포인트, 1.0%포인트, 1.5%포인트 상승하는 것을 가정할 경우 전체 증권사는 각각 최대 7천615억원, 1조5천278억원, 2조2천940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고채 3년 금리가 과거 최대치만큼 상승하는 것을 가정하면 국내 증권사는 최대 1조220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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