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알뜰주유소 유류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가 다가오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잇따라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정유업계의 입장에서는 알뜰주유소가 안정적인 물량 소화처로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1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알뜰주유소 유류공급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지난 2015년 9월부터 알뜰주유소에 유류제품을 공급했던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의 계약 기간이 오는 8월 말을 끝으로 만료되는 탓이다.

지난 2012년 고점을 찍은 이후 석유제품의 수익성이 악화 추세를 거듭하자 그간 국내 정유사들은 알뜰주유소를 내수시장의 점유율 방어수단으로 활용했다. 안정적인 물량 소화처 역할을 담당하는 덕분이다.

특히, 지난 2012년 884개였던 알뜰주유소가 작년 말 1천168개까지 확대돼 내수시장의 10%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커진 점이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강화시켰다.

다만, 최근 정유사들은 알뜰주유소 사업의 단점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정유사 입장에서 장·단점이 분명한 사업이다"며 "내수 측면에서 5%가량의 점유율을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수익성이 높은 수출 기회를 제한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알뜰주유소 공급자 선정을 위한 구체적인 조건 등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지난 2015년 제시했던 요건들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5년 한국석유공사는 공급사를 우선 선정한 뒤 가격을 협상하는 기존 방식에서 최저가 경쟁입찰방식을 도입했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제품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해외 판매 등의 옵션을 고려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이번 입찰에서는 공급 기간이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공급업체들의 운신 폭이 장기간 제한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내 정유업체들이 알뜰주유소 입찰공고를 앞두고 '좌불안석'하고 있는 이유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이 오르는 경우 알뜰주유소 공급보다는 수출에 나서는 편이 수익성 측면에선 훨씬 유리하다"며 "유가 폭락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15년과 현재의 업황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입찰 시점 및 세부 조건이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입찰 시점이 다가오면서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세부 조건들을 미리 밝히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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