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지난달 국내 증시를 괴롭혔던 북한 리스크가 이달에도 이어졌다. 지수는 하락했으나 우려했던 외국인의 쇼크성 투매는 없었다. 시장에서는 아직 미국계 펀드의 '바이코리아'가 꺾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28포인트를 반납하며 2,330선 아래로 후퇴했다. 지난 주말 북한의 6차 핵실험 소식이 전해지며 미국과 북한 사이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에 국내 증시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전일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4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은 5천225억원 대거 순매수하며 뚜렷한 저가 매수 움직임을 보였다.

연초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국내 증시도 랠리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전체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의 비중은 35.2%에 불과했으나 최근 37% 이상으로 커졌다.

외국인 중에서도 뚜렷한 매수세를 보인 것은 미국계 자금이다. 상반기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10조9천억원 중 미국계 자금이 상당수였다. 상반기 말 기준 외국인 보유 상장주식의 42%가량이 미국계 자금이었다.

미국계 자금은 지난 5~7월 사이 3개월 연속으로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5조원에 가깝다. 미국계 펀드는 장기 투자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시장에 대한 신뢰를 방증한다.

주요 액티브 펀드의 한국 투자 비중이 확대되자 지난달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이 있었고, 외국인은 순매도 전환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순매수를 재개하는 모습이다. 지난 2거래일간 외국인은 1천600억원 순매수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볼 때 외국인 차익 매물은 누적 순매수 고점 대비 20% 정도 출회되는데, 현재 17% 정도 출회됐다는 점에서 외국인 차익실현은 정점을 통과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북한발 리스크로 인한 외국계 핫머니(Hot money·세태 변화에 빠르게 움직이는 투기성 자금)의 움직임보다는 장기적인 롱텀펀드의 견조한 매수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순매수의 주축인 미국계의 자금은 통상 중장기 투자 성격을 가진다"며 "이런 탓에 매매 방향이 쉽게 바뀌지 않으며 길게는 6개월까지 유지되는데, 최근 재차 확대된 모습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신규 지분 매입 공시에 따르면, 피델리티, 블랙록, 슈로더 등의 외국계 운용사는 금호석유, 현대해상, 하이록코리아, 다우기술, 하나투어 등 펀더멘털이 견조한 국내 주식에 대한 보유 비중을 늘렸다.

다른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판단해야 하는 사항은 코스피의 그간 상승 추세가 훼손됐는지, 조정이 얼마나 이어질지, 외국인 매수가 계속될지, 북한 리스크가 펀더멘털을 해칠 만한 이슈인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리스크는 우리 증시의 지병과도 같으나 과거 지정학적 위험보다 현 사안이 중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한 핵실험이라는 대형 악재에도 외국인이 대형주 위주로 순매수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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