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 유상증자·대우건설 지분 매각 가능성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타이어를 살릴 자구계획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주목된다.

6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오는 12일까지 박 회장에게 금호타이어의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자구계획안을 제출하지 않거나, 미비하다고 판단하면 금호타이어 경영진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에 나설 계획이다.

박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금호타이어 실적 부진은 내 책임"이라며 "자구계획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시장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과거 채권단에 제시한 방안을 토대로 자구안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7월 채권단에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 시 자신이든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든 2천억원의 자금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7월 5일 단독 송고한 "박삼구, 금호타이어 매각 무산 노리나…'2천억 증자' 제안 논란" 기사 참고)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 주식의 액면가인 5천원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박 회장은 20%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박 회장은 이 지분을 포함해 금호타이어 재매각에 나서자고 채권단에 제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에 부담을 주는 방법이어서 채권단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의 유상증자 방안을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알박기'라고 생각할 수 있어 아예 폐기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또 금호타이어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4.4%를 매각하는 내용을 자구안에 담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우건설 지분 4.4%의 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1천300억원 정도로 금호타이어 유동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적자를 내는 중국 공장 매각도 병행하겠다는 내용도 첨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더블스타, 지프로 등 금호타이어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중국 기업과 접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 중에도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자구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호타이어는 또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을 수도 있다. 최악에는 '프리 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돌입할 가능성도 전망된다. P플랜은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과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의 장점을 합친 구조조정 방안이다.

회생 절차를 개시하기 전 채권단과 회사가 협의해 회생 계획안을 만들고 이를 법원에 제출하는 구조다. 사전에 준비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구조조정을 끝낼 수 있다. 이 경우 금호타이어에 대한 대규모 감자나 출자전환이 이뤄지게 된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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