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는 우리나라 민법 제2조 1항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고,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 행사를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다. 신의칙은 우리나라의 모든 법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추상적인 법 규범이다.

신의칙은 이번 기아차 등 자동차업계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통상임금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모호해 신의칙 적용 여부가 통상임금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은 "과거에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해 임금 수준 등을 결정했다면, 이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더라도 이전 임금을 새로 계산해 소급 요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통상임금을 소급 적용하면 기업이 중대한 재무·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이것이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는 신의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해석에 따른 것이다.

신의칙 적용 여부에 따라 과거 통상임금에 대한 소급 지급 의무가 결정되는 셈이다.

신의칙이 통상임금 소송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2013년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 사건 때였다.

당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지만, 신의칙을 법적 근거로 들며 과거 정기상여금의 소급 지급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편 재판부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에서 기아차가 주장한 신의칙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기상여금,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새 통상임금 기준에 따라 과거 임금 4천억여 원을 소급 지급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한국GM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는 사측의 신의칙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법원의 들쭉날쭉한 신의칙 적용으로 법적 예측성이 떨어진다면서 통상임금의 정확한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제경제부 임하람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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