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부실기업 처리와 관련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다. 회생시킬 기업과 도태시킬 기업을 가려 실물 부문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엄정한 기준에 따라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국내 대표적인 진보학자이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가 지난 2008년 12월 정부의 발행한 한 기관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그는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시절 주가를 활용해 기업의 부도 위험을 예측하는 KMV 모델을 소개할 정도로 기업 '옥석 가리기' 등에 관심을 보였다.

이 회장이 수장으로 오는 산은이 자체 모델까지 새롭게 만들어 지원기준을 더욱 명확하게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근거해 과거 대규모 유동성을 기반으로 무리하게 기업을 살리는 안도 더는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지난 7일 연합인포맥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은 원칙에 입각해야 여러 이해 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정경유착이라는 말이 안 나오도록 구조조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은에는 기업구조조정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첫 시험대는 금호타이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호타이어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와 협상이 잠정적으로 결렬되면서 매각 무산위기에 처했다. 당장 이달 말 1조3천억원에 달하는 여신의 만기가 돌아온다는 점에서 이 회장의 구조조정 철학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그는 "기업 구조조정을 할 때 고용 등의 파급효과를 고려하겠다"고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구조조정에서 노조 측이 중요한 협상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단 한고비를 넘겼지만, 국민 혈세가 대거 투입된 대우조선해양도 풀어야 할 과제다. 대우건설 매각도 쉽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실질적으로 산은이 소유하고 있는 중소형기업도 부지기수다. 이런 이유로 산은이 재벌보다 더 많은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구조조정이 이동걸 신임 산은 회장이 당면한 숙제라면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강화 등은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문재인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신기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문재인 정부와 정책적인 궤를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산은 벤처기술금융실에 대한 위상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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