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허리케인이 미국 본토를 강타했다. 피해액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되며 이와 연계된 금융상품의 손실도 우려되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인기를 끈 보험연계증권(ILS) 펀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미국에 큰 피해를 줌에 따라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끈 보험연계증권(Insurance-Linked Securities) 펀드에서도 경고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ILS는 보험사가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가입하는 재보험의 보험료와 위험을 제3의 투자자가 떠안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이다. 국내 ILS 펀드들은 대부분 미국 운용사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형으로 설계됐다.

글로벌 ILS 펀드 시장의 규모는 90조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초부터 기관투자자와 거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ILS 펀드가 인기를 끌며 뭉칫돈이 몰렸고, 관련 펀드의 설정액도 1천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흥국자산운용과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등이 ILS 사모펀드를 출시했다. 현대인베스트먼트운용은 지난 5월 공모펀드를 출시했고, 이 펀드는 50억원이 판매됐다. 키움증권은 지난 7월에 ILS 랩어카운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들의 상품은 해외 유명 운용사인 스코르(SCOR), 리덴홀(Leadenhall), 트웰브팔콘(Twelve Falcon) ILS 어드바이저스 등이 운용하는 펀드에 분산투자하는 형태로 운용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일본 대지진 등 초대형 자연재해에도 심각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적이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피해가 커짐에 따라 ILS 펀드의 손실 우려감도 고조됐다. 한 판매사에서는 상품 회의 중 미국의 허리케인 피해로 인한 ILS 펀드의 손실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언급되기도 했다.

재보험사 하노버리는 최근 허리케인의 직접적 재산 피해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손실이 1천900억달러(2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초대형 허리케인인 '어마'에 따른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펀드 손실을 논하기는 힘드나 수익률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보험사고 발생 시 피해액 산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최대 6개월이 지나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ILS 투자를 검토했으나 변동성과 확정 쿠폰이 아니라는 점에서 투자하지 않았다"며 "포트폴리오상 분산투자가 잘됐다고는 하나, 허리케인으로 인해 기준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ILS 펀드가 기초지수로 삼는 유레카헤지(EurekaHedge) ILS 어드바이저스 지수의 수익률은 지난달 급락했다. 지난 7월 수익률은 0.57%였으나 지난달에는 0.01%에 그쳤다.

그럼에도 펀드의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애초에 펀드를 설명하기에도 복잡하고 보수도 낮아서 많이 팔리지 않았다"며 "일부 거액자산가들에게 수십억 판매된 것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국내 ILS 펀드가 투자한 해외 펀드들은 다양한 지역과 자연재해별로 세분돼 분산투자했다"며 "하나의 큰 재해가 발생하는 것이 개인 투자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yjhw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