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처럼 대형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이 증권사 IB맨들의 중요 타깃이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유력 벤처캐피탈들은 증권사의 '갑'으로 자리 잡았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의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증권사의 구애가 쏟아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상장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주요 증권사는 모두 한 번씩 방문해 기업공개(IPO) 의향을 타진했다.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며 최근 엔터 기업의 IB 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마마무의 소속사로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RBW가 미래에셋대우와 상장 주관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IB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요 증권사의 기업금융 영업역(RM)들은 모두 한 번씩은 빅히트엔터를 찾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회사는 올해 당장 상장은 어렵지만, 성장성이 높은 만큼 코스닥 상장을 위한 외형 요건이 갖춰지는 대로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많이 받은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자금 회수 시점이 도래한 유망 기업의 IPO딜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투자 규모가 큰 상위 10개 벤처캐피탈이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 주요 타깃이 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런 점에서 증권사 IB 맨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까지 지난 3년간의 투자 누적 규모가 큰 10대 벤처캐피탈 중 두 곳이 이미 빅히트엔터에 투자했다.

SV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12년에 빅히트엔터에 40억원을 투자했다. LB인베스트먼트도 55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더해 국내 벤처캐피탈 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의 레전드캐피탈까지 투자에 가세했다.

벤처캐피탈이 투자금 회수의 중요 수단으로 IPO 계획을 세우면서 증권사 IB 부서도 벤처캐피탈이 투자조합 등으로 자금을 투입한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딜 소싱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벤처캐피탈 투자 기업이 전체 상장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14년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중 벤처캐피탈 업계가 투자한 기업의 비중은 65%였으나 올해 상반기에는 70.6%까지 높아졌다.

한 증권사 IB 부문 관계자는 "벤처캐피탈 업체의 입김이 날로 강해지며 증권사가 벤처캐피탈의 투자조합에 자금을 쏴주고 향후 해당 기업의 상장 주관 계약을 약속하는 형태의 비공식적인 바터 거래도 확대되는 분위기다"고 지적했다.

yjhw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