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금융감독원이 신용카드사들의 금리 운용체계에 대한 점검에 돌입할 예정이다.

1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카드사 금리운용 체계 합리화 진행 상황 등에 대해 현장검사를 한다.

금감원은 오는 11월 초까지 약 두 달 여간 국내 7개 전업계 카드사들을 전수 검사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카드사에 대한 일제 검사를 통해 금리 산정 체계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카드사들은 여신금융협회가 2013년 제정한 '카드대출 금리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 규준'에 기초해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금리를 산정한다.

매년 신용등급별로 조달비용 등을 고려한 대출원가를 산정하고, 여기에 목표이익률과 조정금리 등을 가감해 실제 대출금리를 산정해야 한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대출금리를 산정하면서 길게는 5년 전의 차입금의 금리를 조달비용에 반영하는 등 수익-비용 대응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목표이익률에도 자체 경영목표를 반영하지 않고, 동일 원가가 여러 항목에 중복 반영되는 경우도 지적됐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카드사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올해 상반기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차입비용 반영 기간을 직전 1년간으로 조정하는 것과 금리 재산정 주기를 분기단위로 줄이는 것, 목표이익률을 명확하게 하는 것 등이 합의 사항이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에도 중간 점검을 통해 카드사의 MOU 이행 실태를 점검했지만, 당시에도 개선 실적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내놓은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을 통해 카드사들이 합의 사항을 착실히 이행 중인지 재차 중점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금리 체계 점검에 나서면서 카드사들의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금감원이 금리 산정 체계의 합리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업계는 사실상 금리 인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이 지난해 금감원 지적 이후 최고금리를 낮추는 등 조정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일부 카드사의 경우 평균 대출금리가 오르기도 하는 등 가시적인 금리 인하 움직임은 미미하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 7월 기준 카드론 평균 대출금리는 14.85%를 기록했다. KB국민카드의 지난해 3월 기준 카드론 금리가 14.59%였던 것과 비교해 소폭 올랐다.

하나카드의 올해 7월 평균 카드론 금리도 14.84%로 지난해 3월 14.41%보다 소폭 올랐다.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삼성카드 등은 지난해 3월과 비교해 1%포인트 미만으로 카드론 금리가 하락했다.

반면 현대카드의 경우 지난해 3월 말 17.61%로 가장 대출금리가 높던 데서 올해 7월에는 14.67%까지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우리카드도 13.50%의 평균 대출금리를 기록해 지난해 3월 말보다 1%포인트 이상 내렸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24%로 내리기로 한 데다, 금감원의 점검도 지속하는 만큼 대출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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