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서려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과 금리 인상 명분을 쌓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후반 복병을 만났다.

1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옐런 의장은 내년 2월, 이주열 총재는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수년간 이어져 온 유동성 파티를 끝내려는 옐런에게는 허리케인이 걸림돌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지연 가능성과 북핵실험, 추가 도발 우려는 이주열 총재의 금리인상 명분을 약화시키고 있다.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공통된 과제를 안고 있는 두 나라 통화당국 수장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목표치 2% 미달, 허리케인 변수까지…옐런의 고민

최근 불어닥친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의 여파가 만만치 않아 옐런 의장의 연내 금리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허리케인이 단기 재료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허리케인 충격으로 미국내 고용시장과 소매판매, 제조업 등의 경제지표가 침체를 겪는다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여차하면 금리 인하도 선택지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론, 미국내에서 허리케인 피해 복구로 건설 등 다른 지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고용지표 개선에도 임금 상승률이 부진하고, 소비자물가(CPI) 상승이 목표치인 2%수준까지 기조적으로 오르지 않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미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기대는 현저히 약해졌다.

금리선물(Fed fund Futures) 시장에 반영된 올해안 연준의 금리인상 확률은 30% 밑으로 낮아졌다.

◇美금리인상 지연에 북핵 긴장…이주열의 고민

옐런의장이 허리케인 여파로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하면 이주열 총재의 고민도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차 축소는 한은 금리인상을 뒷받침하는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지연되면 한은의 금리인상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북핵 리스크가 겹쳤다.

북핵리스크는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까지 커 이 총재의 금리인상에 가장 큰 돌발변수가 됐다.

최근 북핵 리스크의 실물경제 전이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북핵 관련 불확실성이 워낙 높다"며 "원론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이 크면 당연히 실물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 금리인상 명분 약화 가능성

두 통화당국 수장은 예상을 벗어나는 돌발 변수의 등장으로 임기 후반부 흰 머리가 늘게 생겼다.

특히 이주열 총재는 임기내에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미국 허리케인 여파는 그마나 실물경제 충격 정도를 파악할 수 있지만 북핵 리스크는 향후 전망도 어렵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원유 제재를 포함한 대북 제재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금리인상의 남은 명분은 이 총재가 수차례 언급해 온 장기 완화기조의 부작용이다.

그는 통화정책의 확장적 운용이 장기화하거나 과도하면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금융불균형을 누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첫 금리인상의 문을 열기 위한 사전포석을 깔았지만 인상 여건이 순조롭지 않은 셈이다.

목표수준인 2%에 미달한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옐런 의장과 마찬가지로 이 총재의 고민거리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 여건에 대해 "금리인상은 남은 임기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미국의 허리케인 여파는 손실규모를 바로 추정할 수 있지만 한국의 북핵 리스크는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