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올해 상반기 남양유업 영업이익이 90% 가까이 감소했지만,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지는 않았다. 금융자산 처분·평가 이익으로 영업외수익이 2배 넘게 증가한 결과다. 금융자산 덕에 적자를 면한 셈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결기준 올해 상반기 남양유업 매출은 5천705억원으로 전년 동기(6천137억원)보다 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전년 동기(192억원) 대비 88%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5억원)보다 74.5% 줄었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력인 분유 판매가 감소하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영업이익이 90% 가까이 감소했지만 당기순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상 영업이익에 금융이익, 기타영업외수익을 더한 뒤 금융비용, 기타영업외비용, 법인세비용 등을 빼면 당기순손익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인 23억원에서 작년 상반기 수준으로 금융이익, 기타영업외수익, 기타영업외비용, 법인세비용 등이 나왔다면 남양유업은 상반기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42억원)은 영업이익(23억원)보다 크다. 기타영업외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결과다.

실제 올 상반기 기타영업외수익은 94억원으로 전년 동기(27억원) 대비 248% 증가했다. 기타영업외수익 증가를 이끈 것은 금융자산 평가·처분 이익이다.

올 상반기 기타영업외수익은 외환차익과 외환환산이익, 유형자산처분이익,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평가이익,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처분이익, 매도가능금융자산처분이익, 잡이익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에서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평가이익,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처분이익이 각각 47억원, 31억원으로 기타영업외수익 대부분을 차지했다.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평가이익은 남양유업이 보유한 머니마켓펀드(MMF),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파생결합증권(DLS) 등의 가치가 오르면서 발생했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가 상승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당기손익인식금융자산처분이익은 MMF, ELB, DLS 등을 처분하면서 생겼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자, 남양유업이 보유하고 있던 금융자산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상반기 말 남양유업이 보유한 MMF 규모는 180억원으로 지난해 말(452억원) 대비 60.1% 감소했다. ELB 등 복합금융상품은 작년 말 69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335억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남양유업이 금융자산 덕분에 적자를 면했지만, 영업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남양유업이 이익을 회복하기 위해 불필요한 고정비를 줄이고 고부가가치 신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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