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금융환경 변화로 카드사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자 지주사들은 증권·캐피탈 등 다른 계열사를 중심으로 비은행 부문 수익을 늘리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8월부터 신용카드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이 확대됨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간 3천500억 원 가량의 추가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는 새 정부의 핵심공약인 만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시행 시기가 두 달 앞으로 빨라지면서 당장 올 하반기부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카드 사용액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조달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카드사 수익성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악화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8천억 원으로 2013년 이후 3년 만에 2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도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전년 동기보다 20%가량 줄었다.
카드사들은 은행을 제외하고 꾸준한 이익을 내는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 역할을 해왔지만, 핀테크산업 발전에 따른 새로운 결제수단 등장, 중금리대출 시장 경쟁 등 금융환경 변화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아졌다. 이렇다 보니 신사업을 시작하거나 투자를 늘리는 등 진취적인 경영도 펼치기 어려운 입장이 됐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하면서 업계 1위 신한카드를 비롯해 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금융지주사 내 카드사들의 그룹 이익 기여도도 하락하고 있다.
KB금융 당기순이익에서 KB국민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1분기 13%로 1년 전 25%에서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익 기여도가 20%대 밑으로 떨어진 건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매년 신한금융 전체 순익의 25~30%를 차지하며 비은행부문 역할을 톡톡히 해온 신한카드도 1분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그룹 이익 기여도는 17%로 하락한다.
한 금융지주 전략담당 임원은 "올해 계열사 가운데 가장 어려운 곳은 카드사가 될 것"이라며 "전망조차 어려운 상황이라 이를 고려해 하반기와 내년 비은행부문 경영전략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카드시장은 포화 상태로 성장 여력이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해외진출도 다른 계열사보다 파생되는 영업기회가 적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사들은 대신 실적 성장세가 뚜렷한 캐피탈의 역할을 더 키우려는 분위기다.
실제로 KB금융은 최근 실적이 급상승한 KB캐피탈 지분을 공개 매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신한캐피탈도 자동차 할부·리스뿐 아니라 신한은행 영업창구에서 부동산대출이나 일반기업대출에도 나서고 있다.
또 금융지주들은 은행과 계열 증권사가 협업체계를 구축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복합점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은행 영업점에서 신용·체크카드를 판매하던 것을 넘어 원스톱 자산관리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지주 계열 한 카드사 임원은 "요즘은 그룹 경영진 회의 등에 가면 증권, 캐피탈사 등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며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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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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