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본열 기자 = 북한 리스크에 집중됐던 서울외환시장의 시선이 미국 물가지표로 향하고 있다.

지정학적 우려가 다소 완화됨에 따라 미 긴축 여부가 향후 달러화 방향을 결정지을 주요 요인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지연 가능성 이유로 물가 부진이 꼽히는 만큼 물가지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높다.

특히 연준 관계자들이 통화정책에 대해 침묵하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됨에 따라 긴축 가늠자로서 물가지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13일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날에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공개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물가 부진이 지난 몇 개월간 지속되고 있어 이번에도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CPI의 경우 임금상승률 부진 등으로 이번에도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봤다.

목표 미달에 따른 달러-원 환율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일각에서는 물가가 확실한 개선을 보이지 않는다면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작아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허리케인 피해 우려로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물가 부진은 연준의 스탠스를 더욱 비둘기파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글로벌 달러 약세가 심화되고 달러-원 환율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이 지배적이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허리케인 피해로 금리 인상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물가도 부진한다면 글로벌 달러 약세는 불가피하다"며 "만약 북한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완화된다면 효과가 맞물려 달러-원 환율은 1,110원대로 다시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물가지표가 크게 악화되는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면 달러화 약세는 제한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물가 부진은 시장에 이미 선반영됐기 때문에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이미 시장 참가자들은 물가 목표치 달성이 어렵다는 것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달러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물가지표가 전달 대비 소폭 개선되거나 비슷한 수준만 유지하면 달러화가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지난 7월 CPI 상승률은 목표치에는 못 미쳤지만 국제유가의 역기저 효과에도 전달 대비 개선됐다"며 "이번에도 CPI가 더 부진하지만 않는다면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이 견조하다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CPI가 전달 대비 소폭 개선되고 소매판매, 산업생산 등의 경제지표도 호조를 보인다면 달러-원 환율이 1,130원대 중반까지 다시 올라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byk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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