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와는 무관..헤지펀드, 엔화로 차입해 신흥국 통화-채권에 계속 투자"

"엔화 '안전 통화' 가운데 가장 사고 팔기 쉬운 것도 매력 포인트"

크레디스위스 "엔/달러 환율 102대로 떨어질 때까지, 엔 캐리 지속할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선재규 기자= 엔화가 강세 지속에도 헤지펀드의 최대 매도 통화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캐리 트레이드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저널은 '헤지펀드가, 강세인 엔화를 왜 계속 매도하느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 이유가 일본 경제 자체와는 별 관계가 없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신문은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올해 들어 6.3% 상승해, 14.4% 뛰었던 2010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고 집계했다.

그런데도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 세력이 올해도 여전히 엔화를 대거 투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난 7월 18일로 종료된 한 주간의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지난 2년여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엔화는 유로와 파운드를 비롯한 주요 통화 가운데 여전히 순매도 포지션 1위를 기록했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 이유로 캐리 트레이드를 일제히 언급했다.

크레디스위스의 싱가포르에 있는 루시르 샤르마 아태 환거래 책임자는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 통화와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전반에 이런 (엔화) 캐리 트레이드가 여전하다"면서, 지난 몇 년 시장을 달궈온 '수익률 사냥' 열기가 올해도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 계속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샤르마는 미국의 인플레 부진도 이 추세를 뒷받침하는 요소라면서, 인도 루피와 중국 위안, 그리고 남아공 랜드화 등이 올해 들어 달러에 대해 5% 이상 가치가 뛰었음을 상기시켰다.

이 때문에 엔화 강세에도 헤지펀드가 계속 매도 포지션을 취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샤르마는 지금의 추세를 고려할 때 엔-달러 환율이 102대로 더 떨어질 때까지, 엔 매도 포지션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저널은 엔-달러 환율이 현재 110.09임을 상기시켰다.

즉. 엔고 행진이 이어져도 엔 매도 포지션이 쉽게 흔들리지 않으리라고 내다본 것이다.

뉴욕에 있는 환 전문 헤지펀드 CC트랙 솔류션스의 로버트 새비지 대표도 엔 캐리를 통해 인도 루피를 포함한 신흥국 통화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다른 헤지펀드들도 유사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투자자는 또 엔화가 펀더멘털 상 달러에 대해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리란 점도 지적했다.

홍콩에 있는 메뉴라이프 자산운용의 박기수 글로벌 채권 매니저는 "(연준이 결국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양적 완화를 유지하는 일본과) 금리 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빠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널은 그런데도 북핵 리스크 상존 등은 여전히 '안전 통화'로서의 엔화 위상을 떠받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CC트랙 솔류션스의 새비지는 엔화가 상대적으로 처분이 용이한 점도 캐리 트레이드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화는 시장 상황이 나쁠 때도, 상대적으로 팔고 사기가 용이한 안전 통화"라면서 "이것도 엔화의 캐리 트레이드 통화 매력을 높이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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