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은행의 서울지점이 날벼락을 맞았다.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됨에 따라 사실상 제한 없이 이뤄졌던 중국 본토로의 우회 대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의 자본통제 때문에 중국계은행 본점과 중국 소재 기업은 중국계은행 서울지점이 한국에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왔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에 진출한 중국계은행 6곳은 은행법상 '동일인과 동일 차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받지 않았다.

해당 규정은 동일인 및 그와 신용위험을 공유하는 동일 차주에 대해 각각 자기자본의 20%와 25%를 초과하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중국의 신용등급('AA-')이 우수했기 때문에 중국계은행 서울지점이 중국 정부기관이나 중국계은행 본점, 또는 이들 기관이 보증한 일반 기업으로의 대출은 위험가중치가 0%로 적용받아왔다.

중국계은행 서울지점은 이런 점을 토대로 조달 자금을 중국 본점과 중국 내 일반 기업에 빌려줬다.

신용공여 한도가 없었기 때문에 대출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중국 내 자본통제가 심해지면서 중국계은행 본점과 기업은 한국을 주요 자금 조달 루트로 활용했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 서울지점 현황을 보면, 대부분의 대출이 중국에 쏠려있는 점이 확인됐다.

2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이 4천842억 원인 건설은행은 중국에 대출한 규모가 51억9천800만 달러에 달했다.

물론 동일인 한도 규정에 저촉되는 대출 규모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계산해도 자기자본의 12배가 넘는 대출이 중국에 나가 있는 셈이다.

중국은행(자본 5천651억 원)의 중국 대출은 31억3천500만 달러, 공상은행(6천426억 원)은 20억2천100만 달러에 이르렀다.

그 외 광대은행(자본 948억 원) 5억9천300만 달러, 농업은행(1천437억 원) 3억8천400만 달러, 교통은행(2천791억 원) 4천600만 달러 수준이었다.

문제는 5월에 발생했다.

해외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을 'Aa3'(AA-에 해당)에서 'A1'(A+에 해당)으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중국이 위험가중치 0% 국가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AAA'∼'AA-'에 해당하는 국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및 국제통화기금(IMF) 일반차입 협정국가와 마찬가지로 위험가중치 0%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계은행 서울지점은 동일인 한도 규정을 온전히 적용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중국계은행 서울지점들은 한국ㆍ글로벌 기업과의 모든 여신업무에 커다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서울지점 4곳은 금융당국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외은 지점이 국내 영업소 지위를 가진 점을 고려해, 중국계은행 본점 자본금으로 동일인 한도 규정을 적용해 달라고 했다.

동일인 등에게 자기자본의 20~25%를 넘는 신용공여를 할 수 없으므로, 자본 자체를 늘려 인정받겠다는 의도였다.

중국계은행 본점의 자기자본은 많게는 수천조 원에 달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국내 고객 보호 및 지점의 건전성 유지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중국계은행 서울지점은 헝가리와 호주,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프랑스에서는 동일인 한도 규제 시 본점의 자본금이 바탕이 된다는 점도 언급했지만, 금융당국은 규제 체계가 다르므로 일률적 비교를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국계 은행 서울지점은 본사 은행이나 자회사인 일반 기업에 신용공여를 많이 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에서의 자본통제로 기업 자금 조달이 어려우므로 서울지점이 신용공여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문제가 없던 부분이 중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규제 대상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1년 동안 그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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